#20. "손님이 없어요"

by 경포티

부동산에 본격적으로 집을 내놓자마자 '10.15 대책'이 나왔다.


그 말은 즉슨, 내가 낙찰받은 서울 빌라 역시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는 말이다.


일부러 규제지역을 피해 낙찰을 받았는데, 낙찰받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자마자 규제 대상이 되어 버린 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비교과세 대상이 아니라, 매매사업자로서 단기매매 행위 자체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규제가 나한테 영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집이 잘 안 팔린다.


10.15 대책에는 세금 외에도 대출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대출이 유주택자는 아예 안 나오고, 무주택자의 경우 LTV 40% 한도로 축소됐다.


이 말은 유주택자가 투자목적으로 집을 매수하려면 대출 없이 전부 자신의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기에 이 같은 수요는 사실상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정말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큰 상급지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물건 등을 전부 현금으로 살 정도의 재력을 갖춘 이들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아울러 실거주자 입장에서도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다. 무주택자의 LTV가 70%에서 40%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1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선 기존엔 최소 3000만 원만 있었으면 가능했으나, 대책 이후 최소 6000만 원이 있어야 된다. 집을 사기 위한 보유 자금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었다. 물론 중‧고가 아파트의 경우 규제 이후 매물 잠김으로 호가가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부동산 거래, 특히 빌라 거래가 침체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짧은 기간 내 계속해서 깜짝으로 나오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섣불리 집을 사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 보겠다'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내가 내놓은 빌라 역시 직‧간접적으로 이번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같은 빌라 같은 층의 작년 실거래가 보다도 낮게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보러 오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이에 나는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내 빌라를 매물로 등록해 준 부동산들을 하나씩 방문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000 빌라 소유자입니다. 문의하는 손님들은 좀 없나요?"

"아유~ 요새 손님이 없네요. 이 빌라뿐만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손님이 뚝 끊겼어요."

"혹시 제가 내놓은 빌라가 가격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가격은 적당해요. 아니 오히려 싸게 내놓은 거죠. 가격과는 별개로 지금은 손님 자체가 거의 없어요."


다른 부동산에도 들렀지만, 모두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마 지금은 좀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시기적으로 비수기이기도 하고, 부동산 정책 때문에 손님들 발 길이 끊어진 상황이에요."


일단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내 물건의 매력과 관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선 나름 안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아직 매도가 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물건의 투자를 나서야 했다.


한 개를 낙찰받고, 한 개를 매도하는 방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10.15 대책으로 인한 여파가 여기에도 있었다.


내 빌라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빌라를 처분하기 전 까지는 서울 내 또 다른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출여부와는 별개로, 주택수와 관련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규제 지역이 아닌 지방이나 일부 수도권 투자는 가능했다.


다만 내가 갖고 있는 서울 빌라를 처분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현재 서울 빌라는 비교과세를 적용받아 사실상 단기매도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보유 중인 서울 빌라를 단기매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물건부터 먼저 처분해야만 하는 것. 그전까지는 막상 서울 빌라를 사겠다는 이가 나타나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 상가나 토지 투자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 한 채 경매 한 사이클을 돌려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리고 시드 머니를 더 모아야 할 상황에서 보다 난도가 있고 단기매도가 어려운 이 같은 선택지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월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토지는 중장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전세 수요는 많다는 점이었다.


규제에 따른 매물 잠김으로 전세가 씨가 마르면서 전셋집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되었다. 오히려 기존 전셋값에 월세까지 추가로 올려 받는 집주인들도 늘어났다.


내 빌라 역시 전세로 내놓는다면 부리나케 나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소장님들의 의견이었다.


나는 전세로 내놓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익이었다.


통상 전세금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공시지가 x 126%' 수준으로 정해지기 마련인데, 내가 낙찰받은 가격은 이미 전세금보다도 몇천만 원 이상 낮았기 때문이다.


즉, 전세로 내놓을 시 나는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고도 몇천만 원을 더해 또 다른 투자에 돌입할 수 있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일명 '플피(플러스피)'인 것이다.


하지만 전세를 받을 시 몇 년간 주택수가 묶여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가장 큰 단점이었다. 특히 최근 전세 계약 기간을 최대 9년(3년+3년+3년)까지 늘리자는 제도까지 논의되고 있어 부담이 컸다. 물론 전세를 낀 상태에서도 매도할 순 있지만, 공실보다는 수요가 확실히 적다.


고민이 되었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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