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를 바꾸어야겠다는 의지가 처음 생겼다. 나의 걸음걸이가 예쁘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번 발레 공연을 보며 사람 몸짓이 ' 참 고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고상하다'는 것은 품위나 몸가짐이 높고 훌륭하다는 뜻이다. 나도 품위 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걸음 한 발 한 발, 손짓 하나하나. 이런 품위를 알게 되어 기쁘다. 한 걸음 한 걸음 품위를 생각하며 걸어 보고 싶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내한을 했다. 토요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발레 공연은 오랜만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연이라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등장인물들의 외모에 깜짝 놀랐다. 발레리노의 키도 그렇지만 특히 발레리나들의 키가 175 이상 되는 것 같았다. 키가 크니 팔과 다리의 길이도 비율도 생각 이상이었다. 긴 팔과 다리로 한발 걸을 때마다 한번 손짓할 때마다 기품이 넘쳐난다. 높게 뛰어오르는데 또한 기품이 있다. 기품을 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얼마만큼의 공이 들여졌는지 나로선 가늠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발레는 잘 모르지만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던발레 공연이다. 의상도 일반 발레복이 아닌 현대무용 의상이었다. 하늘하늘 의상이 손짓과 발짓에 따라 날린다. 발레리노의 잔근육들이 드러난다. 무대는 단순한듯하지만 크고 작은 벽이 5개쯤 이리저리 움직인다. 벽의 움직임에 따라 조명도 하얀, 검은, 파랑, 노랑 조명이 변화된다. 벽과 조명뿐이지만 모든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 분위기에 발레리나들이 움직인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은 로렌스 신부님이 역할이 제일 큰 것 같다. 로렌스 신부님의 회상으로 극이 시작되고 로미와와 줄리엣의 죽음까지 신부님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큰 키와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인해 로렌스 신부님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또 유모가 등장하여 극의 분위기를 발랄하게 변화시키는 감초 역할을 한다. 세계 3대 발레단에 우리나라 안재영 발레리노님이 계셔서 왠지 더 뿌듯했다. 티볼트라는 역이었는데 외모뿐 아니라 모든 면에 있어서 더 돋보여서 티볼트가 로미오보다 멋져 보였다.
극 중 모든 등장인물이 인형극을 관람하는 장면이 있는데 인형극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짧게 요약하듯이 보여주어서 이해도 더 잘 되었다.
기존의 발레 공연과 닮은 듯 다른 짜임과 조명, 음악, 의상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멋진 한편의 서사시를 만들어 내었다. 기존의 정통발레보다는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공연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문화생활을 잊고 살았었는데 이제 다시 즐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