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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an 13. 2024

식탁 전쟁


우리는 항상 식탁에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식탁에서의 밥상 전쟁이 몇 번째인지 셀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둘째는 식탁을 앞에 두고 표정이 어둡습니다.


밥을 한술 뜨지만 눈은 내리깔고 어디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찬을 흘리지 않는 걸 보면 다행입니다.

무얼 물어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묵묵부답입니다.


머리카락은 언제 자르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부터 인 것 같습니다. 앞머리를 묶으라고 머리끈을 손에 쥐여 줘도 사용을 하지 않습니다.


밥을 세 술 뜬것 같습니다.


둘째와의 대화를 다시 시도합니다.


"엄마가 너의 책을 물어보지 않고 버려서 미안해, 지난번에 마음대로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엄마가 참지 못하고 또 버렸어. 미안해"


"제가 정리한다고 했는데 왜 또 버리셨어요"


"네가 정리를 안 하니 내가 버린 거지. 한 달 동안 엄마가 기다린 거야. 미안해"


둘째는 더 이상 말이 없습니다. 밥만 꾸역꾸역 먹고 있습니다.


첫째가 나섭니다.


"네가 이렇게 행동하니 또 혼나는 거야. 잘 생각해 봐. 처음에는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계속하면 네가 또 혼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


"엄마가 사과도 하셨잖아? 그러면 그 일로 더 이상 뚱하게 삐쳐있으면 안 되는 거야. 표정도 어둡고 대답도 안 하고 너 때문에 밥상 분위기가 엉망이 되잖아"


"그래 안 그래? "


"지금도 대답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야. 대답을 안 하면 분위기가 계속 안 좋잖아"


둘째는 말 한마디 없습니다.


밥도 안 먹고 멈춤입니다.


첫째가 또 나섭니다. 


"질문을 하면 대답도 해야 되는 거야. 네 기분이 안 좋아도 말이야. 그게 사회생활이야"


"알았어 형"


둘째는 저보다는 세 살 더 많은 형이 이야기를 할 때 더 잘 듣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형이 말하면 반 이상은 귀에 담아 두는 것 같습니다. 공부 이야기도 그렇고 학교생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반 친구 때문에 힘든 일도 형에게 이야기해서 알았습니다. 도와주려고 했지만 사춘기 남자아이들 이야기는 스스로 노력해서 풀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두었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풀어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둘째는 속상한 일이 벌어지면 푸는데 오랜 시간을 들이는 성격입니다. 올해 17살이 되었는데도 변화가 아주 더딘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책을 좀 읽기 시작해서 제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조금 변화가 일어나겠지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둘째는 책만 잘 읽었나 봅니다.


하나님께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려 자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변화 속도를 읽으며 따라가야 하는데 저만 앞서가서 힘듦이 있나 봅니다.  매번 식탁에서 부딪힙니다.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요? 저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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