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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y 14. 2021

구구단과 받아 올림

학교 이야기

아침부터 우리 반 친구 2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타나기만 해 봐라. 요 녀석들'


사실 어제 ㄷㅁ와 ㅌㄹ가 방과 후 남아서 공부를 하기로 했었지요. 이 두 친구는 등교하지 않는 날 온라인 수업도 잘 참여하지 않았답니다. 가정통신문도 학부모님 사인을 받아서 가져오지 않고, ㄷㅁ는 구구단도 아직 능숙하지 않지요. ㅌㄹ도 받아 올림 수학 연산을 잘하지 못해 오늘 남아서 공부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밥 먹는 사이에 두 녀석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신경 안 쓰고 밥 먹는 사이 2분이라는 시간, 말도 없이 도망가 버린 것이지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내일 두고 보자.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ㄷㅁ 앞으로 나와"

잔소리를 3분 정도 하고 어제 못 외운 7단을 외우지 못하면 자신의 자리로 들여보내지 않기로 엄포를 놓았습니다. 7단을 종이에 적어주고 외우라고 했지요. 제가 어제 7단만 외우고 가자고 했는데 그냥 도망을 갔었던거지요.


"ㅌㄹ 나와"

ㅌㄹ는 나름 우리 반에서 통역도 맡아서 하고 있는데 학습에 관심도 없고 지각도 매번 하고...

"ㅌㄹ 문제집 가지고 나와"

구구단은 알고 있지만 구구단을 이용하여 반올림이 있는 곱셈식은 원리를 모르는지 다 틀리는 친구입니다.

앞으로 불러 알아듣는지 잘 모르지만 받아 올림 설명을 하며 5문제 정도 풀어주었더니 이해한 것 같습니다. 다음 문제 10문제를 풀어오라고 하고 또 도망가면 내일 부모님 모두 상담하러 오셔야 한다고 반 협박을 하고 들여보냈습니다.


쉬는 시간도 없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두 친구를 남겼습니다.

ㄷㅁ는 7단을 외웠으니 8단과 9단을 종이에 적어주며 오늘의 목표라 말해주었습니다.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무슨 말했는데?. 선생님한테 욕했어?"

"선생님 욕은 안 했는데 이상한 말 했어요"

공부를 하기 싫어서 순간 욕이 나왔나 보다 생각이 들지만 씁쓸하더라구요.


방과 후 두 녀석을 남기고 8단과 9단을 검사받고 곱셈식을 알려주니 이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머지 문제 풀어와"


이게 웬일인가 ㅌㄹ의 문제 채점을 하는데 모두 동그라미 입니다.

"오호"

"오호"


드디어 원리를 이해한 ㅌㄹ입니다. 자신도 다 맞아서 놀라는 눈치더라구요.

ㅌㄹ에게 네가 잘하니 ㄷㅁ도 가르치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가르친다고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받아 올림을 이해하게 된 ㅌㄹ는 나를 평생 고마워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남아서 고생한 두 녀석에게 듬뿍 사탕을 주었습니다.

너무 밝게 집에 돌아가는 두 녀석이 이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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