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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pr 28. 2023

4월은 학부모 공개수업

4월의 가장 큰 학급행사는 학부모 공개수업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학부모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없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4년 만에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잠깐 이나마 참관할 기회이지요.

학부모 공개수업 신청서를 나누어 주며 올해는 많이들 오시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습니다. 보통 5학년 학부모 공개수업은 5분 정도 참여를 해주시는데 역시 올해는 15분께서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공개수업일까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공개수업 날입니다. 등교한 아이들도 벌써 기대가 되는지 웅성웅성입니다.

“ 선생님 저희 엄마가 오신대요!”

“ 엄마 오시니까 좋아?”

“ 네 너무 좋아요”

“ 좋은데 긴장돼요”

5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오시는 걸 싫어하는 아이도 학급의 반 정도가 됩니다. 4년 만의 제대로 된 공개수업이라 아이들도 색다른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우리 반 친구들의 3분의 2는 부모님이 오시길 기대하는 듯합니다. 기대하는데 안 오시는 아이들을 위해 저희 이야기를 잠깐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 선생님은 한 번도 선생님의 아들들 공개수업에 가본 적이 없어, 너희들은 부모님이 한 번이라도 오신 적이 있잖아. 그렇지 않아?”

다행히 한 번씩은 모두 공개수업에 참여하셨던 것 같습니다.

“ 혹여 부모님이 안 오신다고 속상해하지 마. 선생님도 한 번도 못 갔잖아. 직장 다니시면 사정이 다 있으신 거야. 우리는 5학년이니 이해를 해드려야지”

조금 위안이 되었나 모르겠지만 섭섭한 친구도 눈에 보입니다.

 

2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입니다. 3교시 공개수업을 기다리며 부모님이 오셨나 확인들을 하느라 복도가 아주 소란스럽습니다.

“혜선아, 엄마 여기 왔어?”

복도에서 교실로 이름을 부르시는 분도 계시고, 교실로 직접 들어와 자리를 확인하시는 분도 있고, 부모님들끼리 이야기를 하시느라 아주 어수선하지만, 분위기는 좋다고 느껴집니다.

보통 공개수업 전에는 아주 조용합니다. 수업 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복도에서 조용히 대기를 하시고 수업 종이 울리면 조용히 교실에 들어오셔서 참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반 부모님들은 1학년 때 참관을 하시고는 4년 만이라 그런지 1학년 때 참관한 장면을 그대로, 5학년인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하시나 봅니다. 인사도 크게 하시고 자녀들의 자리까지 가셔서 확인하십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4년 만이니 그렇겠지,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뒤에서 옆에서 보고 계시니 쥐 죽은 듯 조용합니다. 집중력도 최고입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저도 당황스럽지만 역시 부모님이 오시니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가 봅니다.

오늘은 태양계 행성 친구들의 크기를 비교해보는 시간입니다. 두 번째 활동에서 태양계 행성 친구들을 찰흙과 풍선으로 크기를 비교하며 만들기 활동이 있었습니다. 만들기 활동인지라 모둠별로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먼저 완성한 친구들이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는지 풍선을 교실 위로 튕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있는다는 생각을 잊었는지 친구들 반 정도가 튕기기 시작합니다. 공개수업인데 아이들을 막을 수가 없네요. 땀이 흐릅니다. 교사의 마음을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몇 명 친구들을 찾아가서 자제를 시켜봅니다. 참관록에 ‘아이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라고 쓰시고 가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오늘 수업을 하며 공개수업 시간에는 ‘풍선을 사용하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성 만들기 활동인데 풍선을 튕기며 놀이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전혀 해보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이벤트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공개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경진이는 부모님이 못 오신다고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보통 때는 아주 씩씩한 친구인데 풀 죽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합니다.

몇 학년이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아주 시골이라 소풍을 학교 근처 저수지나 절 같은 곳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소풍 아침 날 엄마에게 항상 다짐하고 갔습니다.

“엄마 일찍 와, 늦으면 안 돼!”

엄마는 알았다고 일찍 가겠다고 했지만, 항상 늦게 나타났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김밥을 가득 들고 나타났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점심시간 전에 오셔서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우리 엄마는 점심시간이 돼야 나타나시는 것이 너무 싫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 둘을 데리고 김밥을 싸고 걸어서 오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매번 빠지지 않고 오신 부모님이 대단하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풀 죽어있는 경진이를 오늘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개수업이 끝났습니다. 풍선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 또한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신 부모님들도 감사하고, 약한 집중력을 부여잡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우리 반 친구들도 대견스럽고 하네요.

 

그리고 학부모 공개수업에 한 번도 참여 못 한 우리 아들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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