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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성 Sep 07. 2019

콕 찔러보기는 페이스북의 실수일까

당신이 오래도록 페이스북을 활용해온 사용자라면 의문의 기능을 하나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콕 찌르기(Poke)다.



내 친구를 콕 찌르면(?) 친구에게 'OOO님이 당신을 콕 찔렀습니다'라는 알람이 가는 것이 전부인 이 기능은 많은 사용자에게 혼란을 안겨주었다. 페이스북이 우리로 하여금 이 기능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하길 원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콕 찔러보기는 사용자로 하여금 '이거 뭔가 덜 만든 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페이스북은 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의도적으로 미완의 제품을 제공한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공식 Q&A 채널에 한 사용자가 콕 찔러보기(Poke)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묻자 페이스북은 이렇게 답했다.


"When we created the poke, we thought it would be cool to have a feature without any specific purpose. People interpret the poke in many different ways, and we encourage you to come up with your own meanings."

"우리가 처음 콕 찔러보기를 만들었을 때, 우린 특정한 목적이 없는 기능이 있으면 쿨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콕 찔러보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당신만의 의미를 찾기를 바랍니다."


페이스북의 답변은 콕 찔러보기가 페이스북이 실수로 만든 기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페이스북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미완성된 제품을 사용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보아야 할 점은 페이스북이 콕 찔러보기에 대한 사용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이미 기대하고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내놓도록 권장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이런 페이스북의 기대에 적극 부응했다. 그들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심심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아니면 정말 그냥 친구들을 콕 찔러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두 사람이 서로를 번갈아가며 콕 찔러보다가 먼저 그만두는 쪽이 지는 Poke War이라는 meme이 생기기도 했다.


콕 찔러보기는 Poke War를 비롯한 수많은 meme을 발생시켰다.


페이스북의 이런 접근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능을 제공하고, 그 목적을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기능의 목적을 정의하는 주체를 제품의 제공자에서 사용자로 옮겨놓은 것이다.



미완의 역사


피조물에 대한 완성의 주체를 제작자에서 사용자로 옮겨놓은 것은 페이스북이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의 역사에서 유사한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1세기의 토르소 (The Uffizi Museum 소장)


조각가가 관람자로 하여금 미완의 영역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몸의 일부만을 조각한 것을 토르소(Torso)라고 한다. 완성되지 않는 토르소의 신체는 관람자의 상상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채워진다.


4'33" 악보


존 케이지(John Cage)의 4'33"라는 곡에서 연주자는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를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은 관객들이 웅성대는 소리, 관객들의 옷이 부스럭 대는 소리, 관객의 심장이 뛰는 소리 등으로 채워진다. 그는 '완벽한 무음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들을 소리를 생산하는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의 임윤경 교수 연구팀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제품을 미완의 상태로 둔 채 사용자에게 완성의 주체를 옮겨놓는 방식이 페이스북의 콕 찌르기 같이 현대의 제품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렇게 디자인된 제품을 'Non-finito Product'라고 표현했다. (Non-finito는 이태리어로 '미완'을 뜻한다.)


Platform Revolution의 저자인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역시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그들은 'Anti-design'이라는 표현을 통해 제품의 설계자가 사용자의 모든 사용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만들어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의 Anti-design은 20세기 중후반의 anti-design movement와는 다른 개념이다)


미완의 제품을 이용한 치밀한 전략이 과거의 예술사로부터 현대의 제품 개발 과정까지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미완의 제품이 주는 가치


그렇다면 미완의 제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 미완의 제품은 다양한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임윤경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미완의 제품을 통해 사용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었다. 얼핏 보면 이것은 사용자에게만 가치가 한정된 것 같지만 생산자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사용자의 니즈가 아주 세밀하게 세분화되고 있는 요즘, 모든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이 다양한 사용자를 지닌 서비스에서는 그 어려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자는 미완의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각자 자신의 독특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둘째, 미완의 제품은 제품의 진화 방향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다. Parker, Geoffrey G., Marshall W에 의하면 미완의 제품은 사용자들에게 창의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생산자는 이로부터 예상치 못한 사용 패턴을 밝혀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제품의 진화 방향을 미리 설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제품을 사용자가 활용하는 행태를 보며 방향을 결정하고 수정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그들이 표현한 '우발적이고 자발적이며 심지어 별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용자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없을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Instagram의 Stories


Instagram의 스토리 기능은 미완의 제품을 천재적으로 활용한 최고의 예시이다.

Instagram이 스토리 기능의 2주년을 기념하여 그 동안의 변천사를 정리한 이미지


세계 최고의 UX Researcher들을 보유한 Instagram은 스토리의 사용 시나리오를 미리 예측하고, 예측된 시나리오를 위한 다양한 기능과 함께 스토리를 런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스토리를 아주 단순하게 런칭했다. 그 모습은 '고작 이 정도 기능을 가지고 Instagram UI의 최상단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고?'라고 느껴질 정도로 초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들은 런칭 이후 아주 빠른 주기로 스토리에 더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가되는 기능들은 사용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토리는 Instagram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페이스북이 콕 찌르기와 같은 시도들을 통해 쌓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스토리의 성공에 큰 바탕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들이 내린 의사결정은 아마 이런 것이지 않을까.


1. 사용자가 언제,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휘발성으로 공유하려고 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2. 그럼 우선 가장 단순한 기능만 갖춘 상태로 내보내보자.

3. 그리고 사용자가 어떻게 쓰는지 관찰하자.

4. 관찰된 사용 패턴마다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자.

5. 3과 4를 빠르게 반복한다.



미완의 제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완의 제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명확하다.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권력이 생산자에서 사용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Co-design, Participatory Design의 물결이 시사했던 것처럼, 사용자는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더욱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점점 더 많은 생산자의 의사결정권이 사용자에게 위임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이동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용자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가 가고자하는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사용자를 완전히 통제하고자하는 욕구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우리 기능을 뜻대로 사용해주지 않는 사용자를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으로 바라볼 배포가 있는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시대가 바뀌었다며 우리를 콕 찌르고 있다.




출처 :


[1] Seok, Jin-min, Jong-bum Woo, and Youn-kyung Lim. "Non-finito products: a new design space of user creativity for personal user experience." Proceedings of the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ACM, 2014.


[2]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Van Alstyne, and Sangeet Paul Choudary.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 Norton & Compan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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