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적인 '영감(Inspiration)'을 받기 위해서는 대단한 것을 보고 남들과는 다른 것들을 경험해봐야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CMF 디자이너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을까?
사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정말 다양하다.
혹자는 자신의 대부분 디자인적 영감은 '핀터레스트'라고 하던데, 누군가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때로는 굴러가는 돌을 볼 때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뭔가를 깨닫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고 많은 영감의 출처를 정리해 보면, 나는 이것을 크게 주입식과 비주입식의 2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주입식 방식은 이미 만들어진 자료들이나 세미나, 전시회와 같이 누군가가 제발 좀 읽어달라고 작성해 놓은 자료들, 또는 제공해 주는 행사에 방문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아무래도 대기업을 다니면서 얻게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주입식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인데 시시때때로 신제품이나 샘플을 들고 찾아와 주는 협력사 세미나를 비롯해 해외 전시(밀라노 가구 박람회, 파리 메종오브제 등), 회사에서 제공되는 유료 트렌드 사이트 등 떠먹여 주는 것들만 앉아서 받아먹어도 얻는 것들이 정말 많은 셈이다.
비주입식 방식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것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 말 그대로 살다 보니 얻어걸리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보기, 음악 감상과 같은 활동뿐만 아니라 쇼핑, 운동, 어느 날 방문한 카페, 길을 걷다가 발견한 간판, 디자인 등 다양한 일상적인 활동이 해당된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주입식과 비주입식, 이 두 가지 모두 필요한 행위이며 무엇보다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경험하는 일은 디자이너를 식물로 비유했을 때 물을 주고 비료를 뿌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좋은 전시회나 세미나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는 좋은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없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위의 두 가지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비주입식 방식,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전시나 세미나는 당연히 무조건 가는 게 좋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전시회를 가더라도 본인이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위에 디자인적으로 감각이 있고 결과물을 잘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고 어떤 사물 하나를 보더라도 다른 것을 캐치해 내는 예민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세미나나 전시회에서도 누구보다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배워온다.)
CMF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색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소재들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말 여러 가지 것들(패션, 제품, 인테리어 등)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게 필요하다.
나의 경우 취미로 러닝,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하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복이나 신발 등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관련된 제품에서 사용된 소재, 디자인, 마감이나 처리 등에서 자동차 시트나 인테리어에도 응용해 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는 빵과 커피를 좋아한다.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서 멀리 있는 빵집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할 정도로 빵순이고, 새로 생긴 카페들도 시간 내서 가보려고 한다.
식음료에 관심이 많아 종종 F&B 잡지를 찾아 읽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요즘 카페 인테리어나 소품들의 디자인 트렌드를 알게 되기도 하고, 패키지 디자인에서 색감과 그래픽 디자인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캠핑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평소 사용하는 캠핑 용품에서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도자기를 취미로 하는 누군가는 흙을 다루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언제나 영감을 주는 것들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널려있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견해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예민함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방구석에 누워서 드라마만 보는 것보다 일단 밖으로 나가 뭐라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