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면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이므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마 기업 소속의 디자이너라면 대부분 장, 단점에 대해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나는 과거 총직원이 3~4명 규모인 디자인 스튜디오(소위 말하는 디자인 전문회사)와 일명 중견 기업의 디자인팀에서도 일해봤기 때문에, 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회사에 따라 어떻게 디자이너의 삶이 다른지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대기업 디자이너의 장점에 관한 내용을 먼저 써보려고 한다.
1. 뭐니 뭐니 해도 Money, 안정적인 월급과 상당한 연봉.
월급쟁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일을 열심히 하든 아니든 매달 따박따박 통장에 일정 금액의 돈이 입금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연봉은 과히 나쁘지 않다.
디자인 전문회사와 대기업 간의 연봉 차이는 그 어떤 직업군의 대기업, 중소기업보다도 엄청나다.
한 때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일했을 때를 생각하면,
‘내가 이 돈 벌려고 남들 수능 끝나고 놀 때 선생님한테 처맞아가면서 하루종일 그림 그리고, 대학 가서 밤새 과제하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수준의 돈이라고 할 수 있는 월급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게 생기면 크게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2. 다양한 기회
아무래도 대기업은 자본이 많기 때문에 교육이나 연수, 출장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해외 디자인 전시, 세미나는 물론 매년 디자이너들에게 제공되는 창의력과 관련된 외부 활동들(예를 들면 도자기, 목공 등과 같은 공예수업)이 있다.
몇 년 전 이태리에 있는 가죽 공방에 3주 코스로 다녔던 적이 있는데, 사비로 하기도 힘든 이런 값진 경험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대기업에 다녀서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유럽이나 미국 등의 해외 디자인 센터에 몇 개월씩 출장 가서 일을 하기도 하고, 미국 스타트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과 협업하는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기회들이 디자이너에게 제공된다.
3. 인지도
회사 이름을 대거나 명함만으로 본인 증빙이 가능한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남들에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이런저런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이런 회사 인지도도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4. 주변 사람들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입사 조건들이 충족이 된 사람이라는 뜻이고 이것은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에 소속해 있다는 것은, 주변에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물론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늘 자기 계발을 하거나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이다.
자기 관리뿐만 아니라 재테크나 여러 가지 경제적인 것이나 사회 문제 등에도 관심이 많고 같이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5. 복지 및 워라밸
대기업의 워라밸은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과거에야 야근, 주말 특근을 밥 먹듯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주 40시간 근무 원칙이 잘 보장되고 있으며,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근로 정책을 지키는 중, 소 기업이 오히려 잘 없는 편이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내 친구 중 한 명은 여전히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팀이나 사업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워라밸이 좋은 편이고 퇴근 후에 취미 활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6. 디자이너로의 성취감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이 성취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디자인에 참여한 자동차가 도로에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평이 좋으면 기분이 좋고, 평이 나쁘면 좀.. 그렇긴 하다.)
아무튼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는 시점에는 신차 론칭에 사용되는 홍보, 마케팅 자료 등에 디자인 관련해서 인터뷰를 하고 매거진이나 사내방송, 유튜브 등에 출연하는 기회도 있어서 마치 셀럽이 된 기분을 느끼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
더 좋은 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가 내가 느끼는 대기업 디자이너의 장점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직업 만족도가 원래도 높은 편이긴 하지만,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긴 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단점은 따로 정리해서 써 볼 예정)
글을 쓰다 보니 다소 대기업이 아니면 별로야!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 같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분명히 대기업보다도 더 근무환경도 좋고 성장하기 좋은 디자인 회사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며, 사실 나는 과거에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데인 경험 (이것도 글로 써보자면 구구절절해서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볼까 생각 중) 때문에 이 놈의 디자인 때려치워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아무튼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시길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