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인간관계
나는 지금이야 방구석에서 혼자 유튜브 보고 글 쓰는 낙으로 살고 있지만, 한 때는 어마무시한 소셜 인싸 라이프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소싯적에는 러닝 클럽 운영진도 했으며, 필라테스, 크로스핏, 헬스, 발레 등 온갖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일상이었던,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나 싶은 과거의 나.
그런데 인간관계라는 게 넓으면 넓을수록 마음 상하는 빈도가 비례하게 되는데, 몇몇 일을 겪다 보니 어느 순간 이 모든 관계들에 현타가 오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 와버렸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의 삶에 집중하게 되고 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이가 소원해지기 마련이긴 하지만.
아무튼 사람에게 정을 주거나 기대하고 실망하는, 이런 일련의 것들에 피로감이 들면서 더 이상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 졌다.
이런 마인드로 정말 가까운 몇 명 외에는 피상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해 오던 나에게 올 것이 와버렸다.
바로,
동네 작은 요가원이고 워낙 회원도 몇 안 돼서 서로 친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이긴 했지만, 늘 수업만 딱하고 왔기 때문에 요가원의 누구와도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 간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요가 매트 사이만큼의 거리가 늘 존재했다.
그러다 내가 쌍수를 하면서 요가원을 다닌 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쉬게 되었는데, 수술 전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걸어오게 되었다.
요가원에서 서로 집으로 오는 방향이 같은데 이렇게 같이 걷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아무튼 쌍수 얘기를 시작으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연애 이야기까지 하게 되고 이내 자연스럽게,
"언제 술 한 번 같이 해요."라고 대화가 진행된 것.
결국 술자리는 쌍수 한 달 후 우리 집에서 펼쳐졌는데, 어차피 선생님도 동네 주민이고 엎어지면 코 닿는 아파트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둘 다 편한 차림으로 만났다.
사실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해 놓고 은근 걱정이 되긴 했다.
도대체 어떤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 건지.
술은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하는 건지 등.
ENTJ인 나는 파워 J로써 한 일주일 전부터 고민한 것 같다.
소싯적 인싸 시절에는 이런 일이 너무 별거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게 이렇게 신경 쓰이고 긴장되는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그런데 선생님도 막상 자신이 수업을 가르치는 회원 집에 오는 게 나름 부담이었던 것 같다.
빈 손으로 오기에 신경 쓰여서 요가복을 선물이라고 잔뜩 싸들고 오신 게 아닌가.
이렇게 막상 "술 한 번 하죠!"라고 쿨하게 질러놓고 막상 당일에 서로 부담과 예의를 장착하고 만났다는 게 돌이켜보면 웃긴 상황이긴 한데, 뭐 아무튼 그랬다.
약간의 긴장으로 시작된 술자리는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면서 금세 친한 동네 언니, 동생 먹어버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비슷한 한 점과 공감대가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끝없이 수다를 나눈 게 얼마만인가 싶을 만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결국 저녁 6시에 만난 우리는 와인 2병에 위스키까지 달리고 새벽 1시가 넘어서 헤어졌다.
이후 그만 정신을 잃고 있다가 다음날 오후 2시쯤 일어나서 '나 술 취해서 너무 내 이야기를 다 해버렸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차 싶었다.
예전에 같이 운동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 남처럼 되어버려서, 다시 같은 과정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
그래도 요가 선생님과 많이 친해져 좋긴 한데, 잘 모르겠다.
절대로 선생님과 술자리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좋고 싫고를 나누자면 정말 즐겁고 너무 좋았다.
그래도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이 심리는 뭘까.
단순하게 생각해도 되는 별 것도 아닌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인간관계에 조심스럽고 방어적이 되는 게 약간 서글프다.
즐겁고 좋은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다니.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상실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들도 결국 언젠가 서로 멀어지게 되면서 생겨 날 상실감.
다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