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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민 Oct 08. 2023

대시보드도 프로덕트다

대시보드도 기획서가 꼭 필요하다



들어가면서


비즈니스 분석가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조직 구성원에게 필요한 정보가 적재적소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시보드는 이런 일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프로덕트입니다. 정보와 데이터를 차트나 표를 통해 시각화해서 제공하며, DB와 연동을 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수급도 실시간이나 일정 주기에 따라 구성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분석가는 수많은 대시보드를 제작하게 됩니다. 실무자부터 C레벨까지 사업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모든 구성원을 위해서 필요한 대시보드를 제작하게 됩니다. 대시보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만약 초기에 기획이 부실할 경우, 불필요한 업무가 증가하는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시보드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대시보드 기획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분석가에게 대시보드와 관련한 자잘한 요청이 들어오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주별로 제공되는 데이터의 시작 요일 기준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나, 간혹 지표에서 이런 기준인 애들은 제외해 달라는 등 쿼리 및 시각화를 변경해달라와 같은 자잘한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분석가로 입사한 직후에, 이런 업무는 보통 슬랙으로 요청을 받아서 진행했습니다. 따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수준이 아닌 경우에는 미팅 없이 바로 일을 처리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시각화 결과물도 서로가 만족했고, 제작 속도도 효율적이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뒤늦게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시보드를 보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같은 팀 내(A, B, C..)에서 지표 집계 기준을 변경하는 쪽으로 정리해서 A가 내게 전달합니다. 그런데 가끔 직접 요청한 A가 아닌 다른 인원으로부터 '데이터가 안 들어오는 것 같다. 지표가 예전에 본 것과 다르다 확인해 달라' 같은 질문들이 오곤 합니다.


또는 전사단위의 핵심지표와 관련된 대시보드의 경우, C레벨의 요청에 의해 수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C레벨의 개별 문의로 수정한 것을 따로 어디에 공지하지 않다보니, 간혹 수정 이후에 다른 리더나 실무자로부터 대시보드 변경과 관련해서 문의가 오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지표에 대한 기준에 혼선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실무에서 데이터 작업을 하다보면, 실무 조직의 니즈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집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업팀은 발생한 거래액과 거래시점을 기준으로 보고 싶어했다면, 정산팀은 환불을 제외한 실제 금액과 구매확정이 난 시점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어했습니다. 둘다 거래액이라는 표현은 쓰지만, 집계의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입니다.


이렇게 집계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면 상황을 잘 모르고 대시보드를 보는 사람들은 혼선이 생깁니다. '왜 같은 거래액인데 두 차트가 8월 거래액이 다르지?'와 같은 의문이 생기고, 이를 토대로 조직의 데이터 자체에 신뢰를 같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대시보드가 중복되고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다양한 사업부의 대시보드를 만들다 보면, 공통적으로 만드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작한 대시보드를 분석하면서, 주기적으로 깊게 들여다본 대시보드는 기억에 선명하지만, 간혹 급하게 요청에 따라 제작해주고,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대시보드를 잊고 지내다가, 1~2달 뒤 해당 팀의 요청으로 다시 대시보드를 만드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로 요약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나, 제작 요청을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시 요청하게 되는 것도 비효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시보드 기획 문서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대시보드 기획안,

저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PO로 일하면서, 기획문서를 작업했던 경험을 더듬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1. 대시보드의 계층 구조

(사진 - 유튜브 <디글 클래식>)


우선 제작이 중복되거나, 탐색의 고민을 최소화하려면 대시보드가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 Exhaustive)할 필요가 있습니다. MECE는 기획 관련 도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용어로, 중복과 누락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여성의류 매출 대시보드'와 관련된 내용을 찾는 구성원이 '여성의류' 위키와 '매출' 위키를 발견한다면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가 제작하는 대시보드가 전체 구조 속 어디에 포함되는 것인지 정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업부 단위로, 프로덕트 단위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찾기 쉬운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회사에 이미 정해진 구조가 있다면, 최대한 그 구조를 따르면 될 것입니다.



2. 대시보드 목적 정의하기


대시보드의 목적을 정리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BI툴마다 다르겠지만, 만약 대시보드의 페이지 제한 등이 특별히 없는 경우, 하나의 대시보드가 지나치게 장황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비즈니스 업무가 엮다 보면, 정말 서로가 서로의 업무와 엮이기 때문에 명확한 대시보드별 목적이 정리되어야 깔끔한 대시보드가 만들어집니다. 만약 대시보드의 제작 목적과 맞지 않는 경우라면, 다른 대시보드에 새로운 주제로 구분해서 제작해야합니다. 그래야 찾는 사람들도 훨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목적이 명확하게 전달되면, 대시보드를 처음보는 사용자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대시보드를 봤을 때 계속 숫자와 차트만 나온 대시보드를 접하는 것보다, 이 대시보드와 관련해서 간단히라도 아는 것이 더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책을 볼 때, '말머리' 혹은 '들어가면서' 영역을 읽을 때 책이 더 잘 이해가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3. 데이터 및 지표 명세서


대시보드의 특성상 데이터에 대한 명시가 중요합니다. 이때 유사 두괄식(?) 구조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 데이터에서 말하는 '거래액' 지표의 개념을 정리한다. 예를 들면, 환불 금액을 제외한 실결제금액 기준인지 환불금액을 포함한 주문기준인지, 상위권 몰 거래액 차트가 있다면 상위권 몰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 개념을 작성합니다. 


특히 OO율로 명시되는 지표들은 보통 이중축 차트를 활용함에도, 이것의 분모/분자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도 자주 발생합니다. 데이터 및 지표 명세서에서는 이런 개념들을 명확히 정리해줘야 합니다.


여기에 지표를 추출하는 쿼리와 DB명세서를 함께 첨부해서 작성합니다. 보통 데이터 수집 요청을 하면, 데이터 엔지니어 조직에서 데이터 웨어하우스 등에 적재를 진행하면서, 관련한 명세서를 작성한 것들이 있습니다. 해당 명세서를 함께 첨부하고, 여기서 어떤 기준으로 해당 지표를 추출할 수 있는지 함께 정리합니다. 


대시보드에 활용하는 쿼리에도 주석을 달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가끔 실무팀에서 해당 쿼리를 활용해서, 엑셀 형태로 데이터를 추출한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대부분은 분석팀에서 작성한 쿼리의 날짜 조건 및 제한 조건(ex. 상위 100개 고객 대신 500개 고객)을 조금씩 변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주석으로 여기가 '-- 거래발생날짜' 등 명시해 주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덜 수 있습니다.



4. 관련한 자료 및 보고서 첨부


적은 인원의 분석가가 여러 사업부의 대시보드를 제작하고 분석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특정 사업부의 대시보드를 모두 챙겨보기 어려운 상황도 생기곤 합니다. 다만, 분석가가 못 보는 상황에서도 실무팀이 분석가처럼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활용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해당 대시보드를 토대로 작성했던 리포트를 바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해당 대시보드의 수치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참고할 수 있게 된다면, 실무팀에서 활용하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여기에 참고할 자료들을 함께 작성해 주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Carrying Capacity와 관련한 대시보드가 있다면, 여기에 우리 자사 것을 분석했던 리포트 링크와 토스에서 제작한 영상 등을 함께 첨부해 두는 것입니다. 이런 작업을 토대로, 조직이 데이터를 다루는 수준을 이전보다 한차원 높일 수 있게 됩니다.



5. 업데이트 내용과 시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에 대한 부분도 중요합니다. 특히 업데이트 내용과 시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데이터가 주로 보고 등에 활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실무팀에서 보고를 위해 활용하는 대시보드의 숫자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뀐다면, 내부 인원도 당황하지만 바꾸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질문을 받은 나도 당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차트를 해당 대시보드에서 제외하거나, 또는 집계 기준을 변경하는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진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끝으로


대시보드는 비즈니스 분석가가 조직의 데이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만드느 프로덕트입니다. 당연히 프로덕트 매니저가 자신의 프로덕트를 챙기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다만, 여러 개의 대시보드를 만들어내는 일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이를 모두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제작 초기부터 문서화를 통해 기록을 남기고, 커뮤니케이션을 효율화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훨씬 수월하게 대시보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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