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라는 단어는 정말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시장 규모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회사에서 기획안을 쓸 때 서두에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보통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 시장인지, 그리고 이 시장의 성장세가 높은지, 둔화되고 있는지 정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시장의 규모에 대한 고민을 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의 규모로 나오는 수치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체감도 되지 않을뿐더러 특별히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를 추정해 보는 것은 전략의 시작입니다. 직접적인 수치로 뽑지 않을 뿐,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집 창업을 준비할 때 동일한 임대료라면 대치동 학원가에 하는 것이 좋을까요, 대학가에 하는 게 좋을까요? 조금 극단적인 예시지만, 우리는 모두 '대치동 학원가 중심'이라는 시장에서 우리에게 돈을 지불할 사람이 '대학가'보다 적을 것 같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 만약 투입하는 자원에 비해서 먹을 것이 적다면 다른 시장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의 시작에서는 꼭 시장의 규모를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장이 큰 곳을 노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시장의 규모를 산출할 때, 단순하게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산출합니다.
시장의 잠재 고객 수 X 이들이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예를 들어서,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에 10,000명 정도의 잠재 사용자가 있고, 이들이 보통 우리와 유사한 제품/서비스에 연 10,000원 정도 지출할 수 있다면, 대략 1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규모를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른 전략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시장에서 우리 서비스의 가입자가 300명에 객단가가 연 9,500원 정도라면 한정된 자원을 마케팅비에 투입해서 가입자를 늘려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비스의 가입자는 9,500명인데 평균 객단가가 1,000원 정도라면 객단가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원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입자도 9,500명이고 객단가도 9,500원 수준이라면 지금 시장에서 더 먹을 것이 없으니, 신사업이나 비용효율화 등 다른 측면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의 공식을 잘못 이해했다면, 불필요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팡은 현재 2,000만 명의 활성 사용자가 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가족단위 계정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제외한다면, 거의 쿠팡을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용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 쿠팡이 매출을 늘리고자,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서 사용자를 늘리려고 한다면 이는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될 것입니다.
프로덕트 분석에서 Carrying Capacity를 산출하는 것처럼, 지금의 제품과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매출의 한계 지점을 이해한다면, 적절한 신사업/신제품 전략을 실행하는 것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기획/비즈니스 실무자분들은 2023년에 대한 마무리와 2024년 기획안 준비로 바쁘실 것 같습니다. 저도 내년도 시장 전망 등을 분석하다 보니, 내년도 시장의 성장성과 규모, 관련한 액션 아이템 제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