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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민 Dec 10. 2023

UX 라이팅은 전략적 접근에서 시작한다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을 읽고



만약 우리 제품에서

텍스트가 모두 빠진다면?


이전에 프로덕트 매니저 일을 하면서, 제품에 작성되는 수많은 텍스트를 작성했습니다. 다만, 배송 기사님들과 내부 운영팀의 업무를 위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제품에 들어가는 문구와 텍스트는 적당한 가독성과 비즈니스적 이슈/운영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책임감 있는 글쓰기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 책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을 읽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UX라이팅은 '글쓰기'와 '디자인'이 합쳐진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디자인의 본질은 미적인 요소가 아닌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UX 라이팅은 텍스트를 통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돕도록 글을 쓰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과 제품의 비전, 제한, 상호작용, 외관 코딩 등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요한 대화의 촉진, 연구 수행, 전략 정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쓰기 전에 디자인부터 시작하자.

-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p.28


그래서 UX 라이팅이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우리의 프로덕트 화면에서 나타나는 텍스트를 다 지울 경우,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극도로 제한됩니다. 이처럼 텍스트가 인터페이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우리는 UX 라이팅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UX 라이팅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전략은 팀에게 정해진 기간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곳을 알려주는 방향 지시문이다. 즉 전략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려준다.

-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p.52


라이팅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참고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들과 같은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도입부에서 먼저 언급되는 것은 '전략'입니다. 성공하는 UX 라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전략적인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글쓰기에서 전략적인 접근 방식이란 사용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연구하고,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고려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전략적인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정렬 alignment를 통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용자 유형은 무엇인지, 사용자의 요구와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와 관련한 개념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래야 UX 라이팅뿐만 아니라, 제품에 속한 팀원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더 나아가,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특히 UX 라이팅에서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언어, 그들이 제품에 대해 받는 느낌부터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의 맥락 등 UX 라이팅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근거와 기준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UX 라이팅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문구부터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접근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사고방식은
UX 라이팅으로 결정한다


이렇게 전략적인 방향성이 결정됐다면, 그 이후에 세부적인 메시지를 작업합니다. 이때는 디자인에서 고려하는 사용성, 유용성과 같은 요소부터 명확성, 포용성, 접근성 그리고 제품의 보이스와 톤까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합니다. 특히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에러 메시지와 스트레스 케이스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한 UX 라이팅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 따라 적합한 대화 방식이 달라지듯이, UX 라이팅 역시 만능 방법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성은 문구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사용자가 하려는 일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해당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전문가 집단이라면 쉬운 언어로 풀어쓰는 것이 오히려 가독성을 떨어트리고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발자를 위한 도구에서 '디버깅'이라는 표현을 굳이 풀어서 '오류나 버그가 있는지 찾아보기'와 같은 형태로 기능을 적어둔다면 정말 '굳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개발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디버깅이라는 전문용어가 더욱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UX 라이팅은 고객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제품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제품을 통해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UX 라이팅에서 고려할 여러 가지 요소를 놓고, 고객과 제품의 특성에 맞춰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적화시켜가야 합니다.


현업에서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문구나 고객경험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당장 저도, 지금 제작된 대시보드의 설명서나 차트에 포함된 텍스트 등에서 이런 UX 라이팅을 적용할 영역을 고민해 보고 개선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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