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023년 1분기 실적 분석
TL:DR;
1. 제주항공 실적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선 운항, 특히 일본 지역 운행이 증가하면서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더 나아가, 항공기 대수를 줄이고 가동률을 최적화하면서 성장과 내실을 모두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아시아나항공 1분기 전체 승객 수를 앞지르며, 국내 2위 항공사를 넘보고 있습니다.
2. 양호한 실적과 내실 있는 경영에도 주가는 최근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업종을 둘러싼 모든 외부환경, 특히 금리, 유가, 환율 등 모든 경제지표가 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리스운영 비중을 줄이는 등 이런 악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출근길은 생각보다 한적했습니다. 많은 지인들의 카톡 대화명도 '6/3~6/6 OO여행'이라는 형태로 변경될 정도로 다들 여름휴가를 많이 떠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공운송 관련 종목들이 많이 상승했나' 싶어서 종목 창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주가 흐름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가까운 아시아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제가 자주 이용하는 제주항공 역시 2023년 1분기에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 주가 흐름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에는 어떤 우려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제주항공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고, 이를 중심으로 항공운송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작년까지 코로나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적자였다면,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항공은 매출 4,233억 원, 영업이익 707억 원으로 확실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500억 수준을 크게 상회할 정도로 엄청난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주항공의 비즈니스는 앞서 작성한 쏘카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달라졌을 뿐, 제주항공 역시 구매(리스)한 비행기를 최대한 공석 없이, 지속적인 운항을 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IR자료를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다음으로 제공하는 지표가 '보유한 항공기 수'와 '가동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제주항공은 보유한 항공기를 줄이는 대신 가동률을 올리면서 실적 효율화를 시도했으며, 이것이 실제 영업이익 및 순이익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배경에는 일본 노선의 재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억눌렸던 일본 여행의 수요가 다시 폭발했습니다. 동시에 엔화 가치가 떨어진 엔저 형상을 겪고 있던 터라, 일본 노선을 통해 수익성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운행과 이용승객이 증가하면서 부가 매출 역시 함께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프로모션 등을 통해 구매된 티켓의 교환·환불에 따른 수수료 발생 또는 옆 좌석 구매 같은 옵션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티켓' 항목으로 집계됩니다. 그 밖의 면세점 물품 구매 등은 커미션으로 집계됩니다. 이런 부가매출은 고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부가매출의 증가 역시 제주항공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참고하면 좋은 기사 : 제주항공, 짭짤한 '부가매출'…실적 상승 도우미, 더벨, 2018.05.14)
두 장표를 비교해 보면, 22년 3분기부터 국제선 운행의 증가로, 초과수화물 및 부가매출 객단가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객 매출 중 23년도 1분기는 중국 쪽 매출이 살짝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마 중국 노선이 2023년 매출의 지렛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인의 해외여행 자체가 3월 기준 팬데믹 이전 대비 18% 정도로 매우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별히 한국만 안오고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약 중국 여행 및 관광객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고 그로 인해 제주항공의 국제선 운행이 증가한다면, 여객 및 부가매출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운항 현황에 대한 부분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유한 비행기 수가 동일하다면, 운항을 열심히 돌리는 것이 매출에 좋습니다. 단, 빈 깡통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사람을 꽉꽉 채워서 다닐수록 수익성에 더 좋습니다. 제주항공은 운항 횟수의 증가와 이를 토대로 총공급석의 증가보다, 총탑승객의 YoY가 더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에 긍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를 다녔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두 탑승시켰지만, 다니는 거리가 마을버스가 다니는 거리 정도로 다닌다면 돈이 안될 것입니다. 따라서 승객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다녔냐도 수익성과 관련해서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항공사는 이런 운송능력 및 운송량 관련 현황을 ASK(Available Seat Kilometer), RPK(Reveue Passenger Kilometer)와 같은 지표로 관리하며, 제주항공은 해당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화끈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저런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제주항공 역시 항공운수 업종의 하나로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유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제주항공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매입 항목으로 발표하는 것이 원유입니다. 인건비 등도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유가상승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WTI 유가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상승한 이후 아직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약간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금리가 뺨을 때립니다. 항공사는 보잉과 같은 비행기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주로 리스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이때 금리가 오르면 리스료도 상승합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금리도 낮고, 항공기 수요도 적기 때문에 저렴하게 리스를 할 수 있었다면, 항공기 수요와 금리가 모두 오른 지금은 리스료가 부담이 커집니다.
이 같은 상황은 항공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때와 비교해 신조기 리스료는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을 조달해 항공기를 선매입하는 리스사도 금리인상에 맞춰 항공사에게 가격을 전가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항공사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 여행 수요 회복에 늘어난 항공기 도입…전세 역전된 항공사와 리스사, 인베스트조선, 2022.09.23)
유가와 금리에 환율은 날개를 달아줍니다.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지급하는 항공사는 환율이 올라가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이런 악재에 대비해서, 2019년부터 리스 구조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리스로 운영하는 비중을 줄이고 직접 구매하는 항공기 비중을 증가시킨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리스료 부담을 줄이는 등 재무적인 개선을 시도했으며, 그 밖에 다양한 경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B737-8 항공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B737-8은 LCC 항공사의 주력 기종인 B737-800보다 항속거리와 효율성을 개선한 기체다. 연료 소비도 14%가량 적다. 제주항공은 11월 B737-8 도입을 위해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해 217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비용 절감·노선 증편...‘경영효율화’ 팔걷은 항공사들 (해럴드경제, 2022.12.08)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 외부 변수가 모두 항공업종에 악재이다 보니 제주항공의 주가는 이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주항공은 최근 이용객 수로 아시아나 항공이 지키던 2위 자리를 위협했습니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의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한 여객 수는 211만 5532명으로 아시아나 항공의 208만 1264명을 앞섰다고 합니다. 아직은 국제선 여객 수에서 아시아나 항공이 많지만, 이런 추세면 제주항공이 국내 2위 항공사로 우뚝 서는 것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엄청난 성장세와 수익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제주항공이지만, 그럼에도 업종의 특성상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기업은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과연 2023년 중에 유가, 환율, 금리 등 외부환경이 제주항공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
- 공격적으로 나는 LCC, 웃지 못하는 LCC (경향신문,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