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어느 날

아빠와 함께

by 엄마의 미술관

13월의 어느 날_아빠와 함께


13월의 어느 날 2023, 장지에 채색, 194×131㎝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서둘러 이른 저녁을 마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산 호수공원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이를 태울 안전의자와 벨트, 접이식 자전거까지 싣고 나면 차 안에는 겨우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았습니다.

그 무렵, 서른을 갓 넘긴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고 고마웠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안고 돌아온 아빠는 지친 기색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렸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아빠는 자전거에 어린 딸을 태우고 달렸습니다. 아빠의 등 뒤에서 아이는 양팔로 허리를 꼭 끌어안고, 티없이 맑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놓치지 않도록, 아이가 바람을 두려움 없이 느낄 수 있도록 아빠는 되도록 울퉁불퉁하지 않은 길을 골라 천천히,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호수 위로 스쳐 가던 바람과 함께 그 순간들은 조용히 마음속에 쌓여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함께 달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고, 엄마와 아빠는 그 시절의 젊음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딸의 첫 개인전이 열리던 날, 아빠는 한 그림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 젊은 날, 어린 딸을 태우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그 시간을 추억하며…

언젠가 다시,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