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시간

서로를 향한 마음

by 엄마의 미술관

소망시간_서로를 향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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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시간

2023, 장지에 채색, 91×116.8㎝


조용한 사찰 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은 돌탑들을 만납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소망 하나를 담아 첫 돌을 얹고 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바람을 조심스레 보태며 탑은 조금씩 높아집니다. 다음에 올려지는 돌은 앞서 쌓인 소망이 흔들릴까 숨을 죽이듯 얹어지고, 그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들이 촘촘히 겹겹이 쌓여갑니다.


하나의 탑에서 시작된 마음은 이내 줄을 이루어, 사찰의 고요한 풍경 속에 작은 기도의 숲을 이룹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을 향한 이 고결한 배려는 층층이 쌓여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랑의 성곽이 됩니다.


“올해는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원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들의 안녕을 빌며 마음을 올려놓습니다.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또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간절한 자신의 바람을 속삭이듯 기원합니다.

수많은 사람의 염원이 차곡차곡 몸을 맞댄 작은 돌탑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애틋한 소망과, 남은 생이 조금 더 눈부시길 바라는 선한 바람들이 모여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긴 그리움의 능선을 이룹니다.


한 층, 한 층 돌을 고르고 그 위에 아름다운 소망의 색채를 덧칠하며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금 이 순간! 딸이 마음 깊이 품고 있는 소망 또한 그녀가 원하는 빛깔로, 고요하고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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