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조셉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 다 큰 고양이의 태가 완연하다. 순화를 우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항상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조잘댄다. 나와 눈만 마주치면 죽이겠다,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던 첫 1-2주가 언제인가 싶다. 게다가 귀가를 할 때마다 골골대며 한참동안 머리와 몸을 내게 부벼댄다. 강아지 못지 않은 이벤트를 지치지도 않고 매번 해주는 상냥한 고양이가 된 것이다.
특별히 노력한 것은 전혀 없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데 노력한들 뭔가 내 뜻대로 될리도 없을테고. 물론 최대한 집을 비우지 않는다거나 하는 당연한 것들을 지키려고는 했지만 그건 사실 집 밖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 탓이 크다. 나는 먹을 것과 담배와 인터넷만 있으면 집에서 꽤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어쩌면 년 단위일 수도 있다)고로, 조셉은 알아서 잘 자랐다.
그래도 뭔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성장기에 여러 낯선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셉은 누가 집에 오든 긴장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물론 아무나 잘 따랐던 어릴적과는 달리 친해지는 데 1,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지긴 했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손님의 무릎은 조셉의 차지가 된다. 또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1, 2시간 동안에도 어딘가 숨지 않고 사람이 있는 곳에 앉아 나와 손님을 빤히 바라보고는 한다.
여느 여름이 그렇지만 이번엔 유난히 천둥을 동반한 호우가 자주 내린 것 같다. 아마 이번 여름의 천둥이 기억에 남는 것은 조셉이 천둥이나 번개를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일거다. 그러나 조셉은 천둥이 울려대도 귀 하나 쫑긋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바로 집근처에 벼락이 떨어져 차단기가 떨어졌을 때도 조셉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건 정도가 지나치게 태평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조셉의 세상이란 꽤 평화로운 곳인 것 같아 참 안심이 된다.
조셉은 잘 때 배를 보이고 사람처럼 눕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가 정말로 편안할 때 보이는 자세라고 한다. 한 건 별로 없지만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하나의 생명이 별 걱정 안 해도 되는 태평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단기속성으로 취득한 인생의 보람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