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나홀로 하루」 세 번째
성냥팔이 고양이
안녕? 어제 봤던 꼭두가 오늘 또 왔네.
그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귀곡산장 수다는 계속됐어.
'뭔 말이지?' 싶은 분들은 어제 수다 글 먼저 보면 좀 나으려나?
「서울 도심 속 귀곡산장」 바로가기
대뜸 물었지.
"네가 집사가 됐다는 거 믿기 힘들다, 야."
나도 그래. 근데 사실 반려동물 키우고 싶단 생각한 지는 오래됐어.
마치 아들에게 동생 만들어 주는 거 아니냐 싶은 느낌도 있었고, 나도 지독한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넋두리라도 할 수 있는 강아지 한 마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
너도 잘 알잖아? 자폐 자녀가 있는 경우, 대부분 위로는 형제가 있지만 아래로 동생이 있는 경우는 드물어. 또 그럴까 봐 무섭거든.
'자폐의 원인이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에 대한 연구도 그동안 많이 변했지. 바꿔 말하면 '유전이냐? 잘못 큰 거냐?'인데, 내가 아들 장애인 등록을 하던 2000년대 초반엔 그 논의가 팽팽했어. 어느 한쪽으로 선뜻 결론내지 못하는.
당시 '유아비디오증후군'이라는 말이 시작돼 크게 유행했는데, 한마디로 유아기에 비디오나 TV 시청에 과다 노출되면 그 아이 발달에 장애가 올 수 있단 거야. 자폐 후천론의 대표적 주장이지.
미국에서 자기 자녀의 자폐를 알게 된 부모들이 모여, 유아용 비디오 제작업체에 소송을 걸었고 꽤 큰 보상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들려왔어.
당시 우리나라도 유아 키우는 집이면 '베이비 모차르트' 없는 집이 없었고, '애 봐주는 비디오'라며 숱하게들 가지고 있었지만, 그 흉흉한 소식 이후 점점 시들해졌지. 지금도 팔고는 있는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선천적 유전이다.' 쪽으로 많이 기울었더라. 난 안 그러길 바라는데. 사실이면 우리 딸 혼삿길 막히는 일 아니겠어?
'잘못 컸다'는 '잘못 키웠다'로 바로 치환되는데, 난 자폐 원인을 유전적인 걸로 말하는 이유가, 부모의 죄책감을 덜어주려 하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거든. 지금까지도.
이거, 막아야 한다.
"잠깐만! 아들 얘기만 나오면 말 많아지는 사람아. 다 괜찮은데 여기가 지금 어느 브런치북인지는 구별 좀 하자. 여기는 2부, 당신 삶을 이야기하는 곳이야. 아들 얘기는 3부에서 하라고, 제발. 내 질문은 귀곡산장에서 당신이 집사가 된 사연이야."
내 삶이 아들인지라... 딱 한마디만 더 할게.
사람들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어. 만 세 살 이전엔 아예 TV나 영상 시청 못 하게 해줘. 특히 아이 혼자 보는 거.
요즘은 식당에서 폰 켜놓은 채, 부모는 편히 밥 먹고 아기는 혼자 유튜브 보고들 있던데, 그거 보면 참견하고 싶어 뒤지겠어.
그런데... 질문이 뭐였다고?
"어쩌다 당신이 동물을 키우게 됐냐고..."
사실 내 경우 이걸 집사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반려동물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시작은 이래.
내가 에덴동산... 아니 귀곡산장에서 살기 시작한 바로 그날부터 벌어진 일인데, 테라스 한 구석에서 길냥이 한 마리가 앉아 현관만 바라보고 있는 거야. 매일. 애타는 표정으로. 고양이는 꽤나 시크하다 못해 도도하다고 들었는데 기이한 일이잖아?
며칠 지나자, 내가 현관만 나서면 코 앞까지 다가와서 나를 치켜올려 보는 거 아니겠어? 난 무슨 성냥팔이 고양인 줄 알았다니까. 살펴보니 성냥은커녕 초 한 자루도, 바구니도 없더구만.
"무섭지는 않던?"
왜 아니겠어.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겠더라고. 내가 원래 고양이 무서워하는 거 이제 확실히 알잖아? 도저히 궁금증과 무서움을 견디다 못해 직전에 여기 살던 안주인한테 전화를 걸었지.
"어쩐... 일이세요?"
"불쑥 연락드려 송구합니다만... 저... 혹시요. 끽해야 한 살 넘겼을까 싶은 치즈냥을 아세요? 길고양이 같던데 매일 현관 앞에 앉아 저를 쳐다보고 있네요."
당황한 듯 잠시 말이 없더니 그러더라.
"어머, 이를 어째. 실은 제가 매일 밥 주던 고양이예요. 이사 나오면서 밥그릇도 치웠는데..."
'아, 밥 달라는 거였구나.' 이번엔 내가 말을 못 하겠더라.
순간이지만 계속 생각해 보니 얘 입장에선 무상급식소에서 사전 통보 한마디 없이 졸지에 배식을 중단한 거잖아? 밥 주던 젊고 이쁜 새댁은 사라지고 웬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이 나타나고.
나도 똑같은 생각이 들 수밖에. '이를 어쩌나...' 침묵으로 대신한 고민 끝에 겨우 한마디 했지. 물어봤으니 답은 해야할 것 같아서.
"그런 거면 제가 밥을 계속 주는 게 맞겠네요. 사람의 의리상."
"한국인 하면 정(情)이지. 초코파이 먹고 싶네."
'하지만 제가 고양이를 워낙 무서워해서 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차마 이 말은 삼켰어. 그런데 뜻밖에도 그 안주인은 반색을 하네.
"저야 너무 고맙죠. 좋은 분이시네요."
'헐~ 자기가 왜 고맙지?'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 웃기더라.
"야, 근데 그 정도면 '블랙 코미디' 아니냐? 어딘지도 모르는 동굴 속으로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다니. 그걸 만용이라 해야 할지, 자폭이라 해야 할지."
50년 만의 고양이 해후
"근데 고양이는 왜 무서워하는 건데? 싫어하는 건 아니었고?"
아냐, 싫어하는 건.
내가 중학생 때 일인데, 고향이 진주인 친한 친구 한 명이 있었거든.
그 친구가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내게 그러더라. 자기는 장손이라 방학이면 진주에 가야 한대. "와, 나도 같은 처지야. 그래서 방학이면 공주에 가." 그랬더니, 그럼 이번엔 진주에 같이 가고 여름방학 되면 공주에 같이 가재.
그럴듯하더라고. 그래서 집에 가서 말하니 엄마는 어딜 가든 나한테서 해방만 되면 좋은가 봐.
"맘대로 하렴."
그렇게 진주 가는 기차를 함께 타게 됐어. 나 살면서 그렇게 오래 기차 타보긴 처음이었다. 남쪽 끄트머리잖아, 진주. 가도 가도 해가 떠. 분명 조금 전에 해가 떴는데 또 떠. 친구 말로는 서울에서 기차 타는 시간 가장 오래인 곳이 진주라네. 부산이 아니래.
'아, 공주부터 먼저 가자고 할 걸.'
그 뒤로 진주하곤 인연이 없다가 딸이 2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더니 LH 본사에 취직을 했는데 진주래.
50년 만에 진주를 다시 가게 됐는데 여전하더라. KTX가 부산 근처쯤까지는 빠르게 가더니 그다음부터 경남 해안 도시마다 차례차례 훑더라고. 그러다 종착역이 진주야. 옛날 생각 나더군.
아무튼 50년 전 그날, 길고 긴 첫 기차여행이 끝났어. 친구 본가에 도착했는데 온통 대나무밭에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한옥 한 채가 있더군.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동양화 한 폭 같은 멋진 모습이었어. 그 대나무밭이 죄다 자기 거래. 누가 물어봤나?
50년 만에 진주에 다시 갔을 때 지나치는 곳마다 대나무밭을 찾았지. 어디서도 안 보이더라. 도대체 친구의 집은 진주 어디였을까?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상대나무벽아파트'가 됐나 봐.
"야, 삼천포 아저씨야. 지금 이렇게 오래 참고 있는 건 나야. 고양이 얘기를 해."
그 집에 갓 태어난 고양이 새끼가 있었어. 너 새끼냥이 얼마나 이쁜지 아냐?
진주 있는 내내 그 새끼냥 물고 빨며 살았어. 지금 기억해 보면 그 아이는 '고등어'였어.
그랬는데 어느 날, 얘가 뭘 가지고 오더니 내 앞에 놓고는 막 가지고 놀더라. 새끼 생쥐였어. 이미 뱃속이 다 튀어나오고 난리가 났더군. 입에 피를 묻힌 채 물어뜯으며 노는데, 하는 모양새가 딱 나보고 같이 놀자는 거야. 쥐뜯기 놀이.
으으으... 지금 떠올려도 끔찍하다.
난 질겁을 했고, 그 뒤로 다시는 그 새끼냥 쳐다도 안 봤어. 그 집에 있는 것조차 섬뜩해서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니까.
친구 말로는 고양이의 존재가치 중 으뜸가는 품성일 뿐 아니라, 자기를 이뻐해 주는 집사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한 짓이라는데 난 그런 결초보은(結草報恩) 딱 싫어.
"너 오늘 한자 좀 쓰네? 어디 서당 다니냐?"
그 사건 뒤로 고양이는 내게 무서운 존재가 됐지.
길냥이들이 아기 울음과 구분이 힘든 소리로 도시의 새벽을 지새우는 것도 무섭고, 길냥이에게 밥 주는 인간들도 정이 안 가더라. 나이 50을 넘어서도 길 가다 고양이와 맞닥뜨리면 돌아가고 그랬잖아.
그랬던 내가 마당냥 밥 주는 고민을 하게 되다니. 게다가 고맙다는 인사까지 미리 받다니. 하지만 고민은 잠시였고 사정을 알게 된 이상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겠는데, 난 사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어.
포털을 뒤져, 길고양이는 '길냥이', 특이하게 집 마당까지 찾아오는 건 '마당냥', 그러다 집에 들이면 '집냥이'고 간택된 사람은 그때부터 '집사'. 이렇게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거든.
우리 집 마당냥 같은 건 '치즈냥'이고 그것 말고도 '고등어', '턱시도'라는 게 있단 것도 알아냈고. 그런 내가 '고양이 밥 주는 법?' 그런 거 알 턱이 없지.
맘을 정하고 나니 급해지더군. 가끔 들러 눈팅하던 커뮤니티에 바로 물었어.
"고양이 밥 주려면 어떻게 해요? 뭘 사면 되죠? 언제 어디다 줘요?"
난 캣맘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온 세상 캣맘들이 순식간에 댓글로 알려주더라. 조금씩 말이 다르긴 한데 다수의 캣맘 왈, 길냥이 국민사료는 '캐츠랑'이래. 햇반 껍데기에 줘도 되니까 그릇은 알아서 하래.
'언제?'인가는 말이 다 다른데 몇 번을 주든 일정한 시간에 주래. 주고는 바로 치우라는 캣맘도 있고, 새벽에 몰래 잘 먹으니까 그냥 밤새 두라는 캣맘도 있고. 공통적인 건 밥보다 중요한 게 물이래. 깨끗한 물을 반드시 같이 먹게 해야 한대.
그리고 먹을 때 옆에 가지 말라더라. 그거야말로 내가 원한다는 거 어찌 알았지 싶으면서 마음이 조금 놓이더군. 휴~ 무서운 고양이 옆에서 시중드는 건 안 하는 게 피차 좋은 거구나.
여기가 시장통이라 했잖아. 나가보니 바로 보이더군. '반려인 전용샵'.
마치 전문가인 척 말했지. "캐츠랑 한 푸대 주세요." 초보인 줄 알면 비싸게 받을까 봐. 양에 비해 싸더라. "아 참, 그릇도 하나 더 사야겠는데... 칸 두 개짜리 주세요." 했더니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이건 좀 비싸. 그래서 그랬지. "길냥이 줄 건데...".
그 말 듣고는 피식 웃더니 플라스틱 그릇을 꺼내더군. 초보인 거 바로 들킨 거지. 근데 이쁘고 싸더라. "처음 오셨죠?" 그러더니 웬 스틱도 몇 개 서비스라며 주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들이 환장한다는 '추르'더군.
초보인 거 들킨 줄 알면서도 오기로 한마디 하고 나왔지.
"아, 이거 좋죠. 오랜만에 보네."
"그땐 그게 뭔지 몰랐다면서? '오랜만'은 또 뭐람. 어설프긴."
독거노인의 산파 데뷔
"근데 당신 수준에 경이로운 짓인 건 맞지만, 그 정도로 '집사'라고 부르기엔 부족한걸?"
들어봐. 곧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돼.
성냥팔이 길냥이에서 귀곡산장 무상급식소의 유일 VIP로 재탄생한 그 치즈 마당냥. 날로 살이 비옥해지더군.
귀곡산장의 첫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내 눈엔 비옥의 정도가 좀 과해. 캣맘들 바글바글한 그 커뮤니티에 또 물었지.
"쟤 너무 살찌는 것 같은데 어쩌죠?"
또 실시간으로 댓글이 쌓이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달라.
"원래 겨울 앞두고 길냥이가 살찌우는 때잖아요. 방한용이죠. 알아서 잘하는 거니 걱정 뚝!"
"물 잘 먹어요? 내가 말한 거 잊지 않았죠? 변비, 신장, 요로 질환 예방을 위해 밥보다 중요한 게 물이란 거."
안 그래도 물 때문에 신경이 좀 쓰이던 중이었어. 물을 잘 안 먹어.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서 물이 막 얼더라고.
물을 주고 나면 얼어있어 걱정이라 했더니, 핫팩을 그릇 아래 깔아주라는 캣맘. 보온되는 길냥이 겨울밥그릇을 하나 장만하라는 캣맘. 급기야, 겨울을 버텨야 하니 마당냥 전용 겨울집을 장만해서 전용담요나 스티로폼, 골판지를 깔아주라는 캣맘. 요구하는 겨울집 스펙도 다 제각각야.
정신 못차릴 정도로 고참들의 오더가 쌓이더군. 도움말이 명령어로 바뀌는 순간이었어. '이게 웬 참견질, 시집질이지?' 싶더라. 천사같던 캣맘들이 죄다 시어머니, 시누이로 보이기 시작했어. 거기가 원래 나이 좀 먹은 여초사이트거든.
"어딘지 알겠다."
암튼 알게 된 거지. 밥만 주면 되는 게 아니었구나. 물 추가에 그치는 게 아니었구나. 보온밥그릇에 고양이집, 전용담요라니. 이게 웬 점입가경(漸入佳境)?
며느라기 모드 돌입에 이어 진짜 엄청나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어.
"살이 찌다 못해 배가 너무 불러있어요." 했더니, 한 캣맘이 그러는 거야.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 중성화)은 당연히 했죠? 하길래 "한두 달 후 하려고요." 했더니, 그럼 임신 여부를 잘 확인해 보래.
뭐라고? 임신? 나름 공부한 결과, 치즈냥은 80% 이상이 수컷이라 했고, 아직은 한 살 갓 넘긴 고양이라 생각도 못 했는데... 뭐? 임신?
나름 귀 커팅 안된 것도 확인한 후 구청에 중성화 신청하러 갔더니 "올해는 마감이구요. 내년에 신청하세요." 하길래, 해 바뀌면 바로 해야지 내심 준비까지 해두었는데 뭐어~ 임신?
너무 놀라서 커뮤니티를 급히 탈출한 후 다시 포털 검색질을 시작했어. 이럴 수가. 고양이는 이르면 생후 4개월, 늦어도 6개월이면 임신을 할 수 있단다. 고양이는 새끼가 새끼를 낳는 신묘한 동물이었어. '오~ 지저스!'.
당장 확인하고 싶은데, 살찌고 무서운 고양이를 안고 동물병원 가기는 자신 없고, 전용샵 사장 부르면 딱일 것 같은데 초보 아닌 척 했던 주제에 뭔가 면구스럽고...
고민하던 중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하러 온 아줌마 한 분이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다 말고 테라스를 보더니 대뜸 그러더라.
"어머, 이곳에 숨어계신 캣맘이 계셨네. 캣대디라 불러드려야 하나? 아이구 이뻐라. 임신도 했구나."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캣맘인데 이 지역 캣맘의 대모쯤 되더군.
"임신이 맞다고요?" 했더니 틀림없대. "하필 겨울인데 준비 단단히 하세요. 여긴 테라스라 바람도 심하고 추울 텐데 걱정이네. 잘하시겠죠 뭐. 호호."
돌발 상황인 만큼 착한 며느라기 되기로 결심했나 봐. 어느새 겨울집과 보온그릇, 전용담요를 미친 듯이 클릭하고 있는 나. 종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결정장애 초보집사 돌겠더라.
"하하. 제대로 걸려들었군. 조금 집사다워지고 있어."
아직은 턱도 없어. 정말 첩첩산중(疊疊山中)은 이제야 1막 2장 정도랄까?
테라스에 마당냥 겨울용품을 잔뜩 늘어놓고 낑낑댈 때부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웃대던 그 치즈냥.
내가 봐도 초보 솜씨치고는 제법 그럴듯하게 겨울나기 겸용 산실(産室)이 완성됐구나! 뿌듯해하고는, 테라스에 불을 켜놓은 채 거실에서 창으로 지켜봤는데 냉큼 겨울집에 들어가서 담요 속에 몸을 파묻더라.
그러다 수시로 보온밥그릇을 왔다 갔다 하며 아주 좋아죽어. 다만, 여전히 물은 잘 안 먹어. 얼어서 안 먹는 게 아니고 지지리도 물 안 먹는 말 안 듣는 마당냥이었어.
"점입가경 첩첩산중 맞구먼."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첩첩산중 2막이 활짝 열렸단다.
분명 밤에 밥을 주며 확인할 때까지 그 치즈냥 한 마리였는데, 다음 날 아침밥을 주러 나갔다가 나 자지러졌잖아. 새끼냥 한 마리가 집 앞에서 배를 까고 뒤집어진 채 버둥거리고 있는 거야. 한눈에 봐도 그 치즈냥과 붕어빵의 신생냥 버전.
너무 신기하고 장하더라. 그 어미 치즈냥 말야.
'근데 쟤가 신생냥 주제에 왜 밖에서 버둥대고 있지?' 보니까 다시 제대로 뒤집지도 못해. 아마도 어미냥은 심한 새벽 산통 끝에 기절한 건지 도와주지도 않고.
가까이 가서 보니 곤히 잠든 어미냥 품에 한 마리가 더 있어. 새벽에 자기와 붕어빵의 치즈 신생냥 두 마리를 낳아놓고는 지쳐 잠들었나 봐.
너무 이쁜 데다가 뒤집혀 버둥대는 꼴이 우습고 가여워 내가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잡아 올려 겨울집 안에 넣어줬지. 사람 손 타면 어미가 버린다던데 괜찮을까? 싶었지만, 세상에나... 내가 50년만에 고양이를 만진 거야.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지. '오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계속 냅두니까 고사성어 구사야말로 제대로 점입가경이군. 근데 이런 건 설상가상(雪上加霜) 아니냐?"
아냐, 그건 대박이었어.
집사토크는 롱스토리
"이제 3막이구나?"
그렇지. 1막 해후에 이어 2막 대박을 거쳐 3막이 열렸어.
무려 1년 넘게 집사 롱스토리가 이어지지. 평화와 행복의 허니문이었달까?
다만 허니문의 시작은 언해피였어. 새끼냥 둘 다 눈병에 걸리고 말았네? 하지만 그게 진짜 집사의 시작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꼬.
야, 근데 넌 잠 안 오냐? 지금 나 혼자 너무 떠들고 있는 거 아녀?
"난 재밌는데?"
너만 그런 줄도. 사람들도 재밌어하고 있을까?
"모르지. 넌 원래 흥행의 그늘에 서식하는 무명의 글쟁이인지라 네 글 보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고 반응도 거의 전무한 형편이니 난 모르지."
그럼 이렇게 하자. 뭣보다 지금 내가 졸려. 여기까지 '마당냥 이야기 1'로 하고 2하고 3을 또 이야기할지는 조금이라도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말 나올 때 하는 걸로.
"3은 또 뭐야?"
아, '마당냥 2'는 집사 전성시대 이야기고, '마당냥 3'은 행복 뒤의 이별, 만약 '마당냥 4'까지 이어진다면 반복되는 고민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우씨. 난 한참 재밌는데 여기서 끊는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쩝~ 할 수 없지. 지금의 너는 무리하면 절대 안 되는 건 사실이고, 네가 잠 온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그럼 반려동물 고양이의 계속되는 이야기는 기약 없이 연기하는 걸로."
대신, 바로 반려식물 이야기 해줄게. 내게는 반려동물만큼이나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집사 이야기.
"아, 맞다. 그것도 있다 했지? 그토록 꽃도 풀도 꽃밭도 화분도 싫어하던 네가 이번엔 반려식물이라니 나도 깜짝 놀라긴 했어."
근데 그쪽도 지금은 큰 숙제이자 선택으로 남아있어. 요즈음, 동물과 식물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니까.
"뭐여? 새드엔딩 예정드라마야?"
그런 건 아냐. 외로웠던 독거노인에게 큰 위로가 됐던 행복과 기쁨에 관한 스토리지.
그렇담 다행이긴 한데, 암튼 그래서 오늘도 이야기는 여기까지네. 다음 연재일은 이틀을 쉬고 난 토요일이군.
"그럼 그때는 '독거노인의 반려식물 집사 이야기' 하는 걸로?"
그건 모르지. 아직 갈 길이 먼데 뭐 그리 서두르시나.
뭐가 됐든 이번엔 '내일 계속' 아니고 '이틀 후 계속'이야. 꼭두하고는 그때 또 만나요.
모두들 잠시 굳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