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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Jan 25. 2024

1. 저마다 엄마와의 사연이 있었다

20240125 모녀의 세계_ 김지윤 지음

[들어가는 말] 2018년 3월부터 독서회를 시작했다. 새로운 터전에 이사를 왔었고, 7개월 된 막내를 업고 독서회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못 나가던 10개월의 시기가 있었지만 대체로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2023년에는 개근했다! 동네 엄마들과의 만남은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독서회는 육아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공간이었다. 육아하는 짬짬이 책 한 권을 읽으려고 애쓰곤 했다. 그러면 유아기의 아이들은 엄마의 독서 시간을 나에게 내어주곤 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독서회에 참석하려 억지를 쓰던 그때가 지나 이제 2024년이 됐다. 글 읽는 능력의 근육이 생겨 어려운 책에도 두려움은 사라졌다. 아이들의 키는 훌쩍 컸고 나 역시 독서를 통해 성장했다. 전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여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1년에 열두 권의 책이 그냥 보내기엔 아까워서 이제는 정리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시작했으면 벌써 많은 글을 남겼으련만... 후회하는 시간에 시작해 보려고 맘을 먹었다. 그래서 독서회 이야기 시작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궁금해하기 시작할 때 내 뿌리를 먼저 찾게 됐다. 바로 엄마였다. 엄마는 나에게 어떻게 했었지. 내 막무가내 성격은 누구를 닮았는지. 아빠였나. 엄마였나. 거기서부터 나의 기질과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부분의 모습은 엄빠 중 하나였다. 최근 1년 동안 나를 찾기 시작했다. 육아가 편해져서. 돈이 벌고 싶어서. 그 끝에 도달한 건 엄마였다. 그러던 중 모녀의 세계를 읽게 됐다. 제목부터 너무 흥분되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40년 인생 중에서 지금이 엄마와 나의 냉전 시대라고 나는 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답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가도 돌아오면 헝클어진 퍼즐은 그대로다. 우리가 생각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걸 또 잊고 있었다. 책 속에서 나와 닮은 우리 엄마를 찾는데만 급급했다.          



엄마의 사랑은 유별나다

     

“청국장 먹어라.... 나를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친구가 실재한다면 어떤가, 무섭고 정상은 아니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엄마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그건 다 정상으로 치부된다. 왜냐면 엄마니까 사랑하니까. 엄마의 사랑이란 원래 강하고 헌신적이어야 하고 이처럼 유별난 색을 띠게 마련이니까(25p)”

엄마의 강요는 딸이 수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컸다. 당연히 그래야 맞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까 그런 태도는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로 생각하지 않은 오류에 있었다. 엄마의 자아가 들어간 꼭두각시. 나는 그렇게 자라왔다. 나는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하는 한심함을 알아차린다. 피는 속일 수 없었다.           



다섯째 딸과 장녀의 만남     


“엄마의 출생 순위는 엄마의 캐릭터 형성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출생 순위 이외의 영향도 많지만...
‘K-장녀’라는 신조어가 괜히 탄생한 것이 아니다.(90p)”

우리 엄마는 여덟 남매 중에 다섯 째였다. 아빠는 다섯 남매 중에 셋째. 나는 첫째. 내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다. 집안의 대소사는 장녀인 내가 맡아야 했다. 엄마가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도, 음식점에 가도 장녀가 알아서 했어야 했다. 엄마와 아빠는 언니와 누나의 챙김을 받아서 첫째의 무게감을 잘 모른다. 두 분은 시골 깡촌에서 일하기 싫어서 공부를 핑계로 도시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엄만 환갑이 되었는데도 철이 없다. 아빠와 엄마는 주말이면 백두대간을 뛰어다니시느라 정신이 없다. 두 분만의 계획이 항상 있고 바로바로 실천한다. 건강하시고 활달하시고 주중에는 일하시느라 바쁘시다. 내가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활발함이 지나칠 때가 있다. 누구는 생일에 비싼 명품을 받았다거나. 환갑이라고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거나. 환갑여행을 다녀왔는데 생일날 꼭 잔치를 해야 한다거나. 그저 나에게는 투정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한다

     

“때로 모녀관계는 숨이 막힌다. 이때 한발 떨어져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숨 쉴 공간이 확보된다.(31p)”

처음 아이를 낳고 친정과 멀리 떨어져 육아를 했을 땐 길에서 마주치던 엄마와 딸들이 부러웠다. 아이를 맡기고 놀러도 갈 수 있고 아이를 데리고 셋이 쇼핑도 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친정엄마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손주를 대신 키워주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매정했고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았다. 10년의 육아를 해 본 결과는 엄마 본인이 키워봐야 아이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숲을 보던 남편이 나무를 보던 나에게 부모님께 육아를 맡기지 말자고 설득했다. 그리고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친정과의 거리는 지금 딱 적당하다. 지금을 위해서 그때 그렇게 힘들었나 싶다. 옆에 살았으면 엄마의 참견이 집 문을 따고 들어와 항상 집 안에 함께 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아이와 나와의 관계도 언급했지만 그 부분은 다른 육아서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의 일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와 작가의 엄마 사이를 집중해서 읽었다. 물론 작가-작가엄마, 나-우리 엄마와의 관계는 확연히 달랐다. 독서회에서 회원들의 관계도 너무나 독립적인 개체들이어서 저마다 달랐다. 그리고 저마다의 고통의 힘듦이 존재했다. 냉정한, 잔소리 많은, 이제는 챙겨줘야 할, 내 동생과 차별하는 여러 엄마들이 함께 했다.            


아이의 존재를 담아주자     


“이렇게 고마운 아이들에게 우리는 두 가지 보답만 해주면 된다. 첫 번째, 사랑이 담긴 시선이다. 또 하나, 무엇을 해주는 엄마가 되기 이전에 아이라는 존재를 받아주고 담아내는 엄마가 되어주는 것(196_198p)”

엄마의 소유물이었던 나는 이제 독립을 꿈꾼다. 엄마는 내가 이미 독립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은 여전히 소유물이었다. 그래서 아직 냉전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엄마와의 관계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나도 엄마를 닮아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닮아간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이 담긴 엄마가 되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보다 조금은 업그레이드가 된,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아이들에게 조금은 관심을 더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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