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불렀던 너의 의미. 그 의미가 오늘 더 마음을 울렸다.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김창완 아저씨의 생방송 목소리를 듣는 날. SBS 107.7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 라디오. 나의 평범하고도 행복한 일상은 언제나 아침창이 함께였다. 이별을 준비하고는 있었으나 느닷없이 오늘이었다. 준비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아침. 절대 울지 않겠노라 속으로 다짐했는데 역시나 울고 말았다.
창완아저씨도 이별은 어렵나 보다
잔나비가 나왔을 때는 슬프지 않았는데 아저씨가 멀끔하게 옷을 제법 차려입고 초록 나비넥타이까지 한 채로 기타를 든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 마지막이구나. 한 귀퉁이에는 아침창에서 코너를 진행하시는 유발쌤도 쭈그려 앉아있었다. 청취자들도 울음바다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창완 아저씨 역시 울음을 꾹꾹 눌러 담는 게 보였다.
아침창 청취자들은 모두가 시인이었다
군대를 가는 창완아저씨를 기다린다는데 다시 안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이라는 분. 그 사연에 아저씨가 답했다. 고무신 거꾸로 신지나 마세요. 이제 짱구가 생겨서 짱구는 못말려에 사연 보내려고 했는데 어디다 사연 보내냐고 한탄하는 분. 직장에서 잘렸는데 창완아저씨 못 보는 게 더 슬프다는 분 등등
한결같이 10년이고 20년이고 오래된 청취자였다. 그들의 사랑이란 창완아저씨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사연을 올리는 것이었다. 창완아저씨는 그 글을 읽고 따뜻한 마음을 다시 전달했다. 마지막 1시간은 대본도 없었고 준비된 곡도 없었다.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가 싫었다. 아저씨의 목소리 한 톨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보라(라디오생방송)로 아저씨의 모습만 연속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유스러운 이별도 좋았다. 완벽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어수룩한 이 아저씨에겐 더 어울렸다.
마지막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는 창완 아저씨가 눈을 감았다. 아저씨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니 마지막 멘트도 없이 노래하며 연주하다 끝이 났다. 23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인사말 없이 떠난 아저씨가 미웠다. 아이라인이 다 지워지도록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내며 꺽꺽 울었다. 너무나 멍해서 그다음 프로그램 시간 박하선의 시네타운에서도 멍하니 보라만 바라보았다. 청취자들도 11시가 지났지만 계속 채팅창에 속상함을 달랬다. 시네타운 마지막 선곡 역시 산울림의 '안녕'으로 그를 기렸다.
이제 더 이상 애정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없다. 창완 아저씨가 컴백하는 날까지 다른 라디오를 듣지 않을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말투와 코너가 아니면 이질감이 들어서 라디오를 듣기가 좀 거북한 면이 있다. 특히나 나처럼 귀가 민감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가장 친한 친구보다 오랜 마음을 나눴다. 김창완 아저씨는 따뜻한 내 친구였다.
<김창완전사랑하는 아저씨께>
창완 아저씨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청취자에겐 커다란 의미였습니다.
창완 아저씨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마지막 모습도 청취자에겐 힘겨운 약속입니다.
희망과 꿈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돌아와 환히 웃는 그날을 꼭.
기다리겠습니다.
-------------------------------------------13년 동안 아침창의 열렬한 청취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