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가끔 락스를 떠올린다.
냄새가 지독하고, 성분이 강하다.
너무 강해서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게 만들고,
어떤 이들은 아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강한 성분 덕분에
남들이 닦아내지 못한 찌든 때와 해로운 것들을
말끔히 없애주기도 한다.
가끔은,
누군가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강함이 '과하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락스 원액을 그냥 뿌리면
살균도 되지만,
같이 숨 쉬는 사람도
숨을 쉴 수 없다.
그래서 락스는
항상 희석되어야 한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어쩌면 몇백 배나
자신을 낮추고, 덜어내야
비로소 세상과 공존할 수 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사람도 혹시 락스 같은 건 아닐까.
강함을 가졌지만, 그 강함이 누군가에겐 상처일 수 있는..
그래서 매일, 매 순간
각자의 강한 성분을 조금씩 덜어내며
'공존'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희석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숨 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