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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첼리 Celli Feb 19. 2022

세상이 내게 부지런하라 다그쳤다

코로나 확진자가 강제 일상 멈춤을 겪으며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도처에 바이러스가 얼마큼 퍼진 것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나는 코로나19가 드세게 세력을 확장할 그때 딱 마주했다.

내가 확진을 받고 나서 다음날이던가, 2만 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으니.

정확히 퇴사를 일주일 앞둔 상황이었고, 내 마지막 프로젝트의 오픈 주였다.

또한 이직하는 회사의 첫 출근 8일 전이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이직하는 것에 안타깝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다니던 회사의 일을 잘 마무리 지어야 하고 프로젝트는 성공했으면 했다.

그리고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빠르게 투입해 얼른 적응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에 걸려버린 거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10시간 가까이 앉아있는 사무실에 퍼진 바이러스를 무슨 수로 이겨 내가.

그렇게 의도치 않게 열흘 간의 격리 생활이 시작되고

모더나 2차를 맞았을 때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순간순간 무서운 증상들은 있었다.

가슴이 답답했고 죽을 것처럼 기침을 했다. 목은 매순간 사포로 긁는 느낌이 들었다.

증상은 4~5일이면 차차 호전을 보였다. 남은 기침, 가래, 콧물만 성가실 뿐.


좁은 원룸에서 열흘 내내 있다 보니 정말 별 생각이 다 들더라.

난 좀 쉬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달리려고 했나,

마치 이렇게가 아니면 나 스스로 쉬지 않을 걸 알아서

누군가가 내게 강제 휴식을 명령한 것 같다 생각했다.


음, 그렇다고 사실 근데 딱히 생산적인 일을 해내지도 않는다.

그냥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괴롭힐 뿐이었다.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이상한 완벽주의와 애처로운 책임감 그 어딘가에서 헤엄친 지 꽤 됐다.

오랜 기간 상담을 받은 후로는 성공에 대한 강박과 불안을 조절해내고 있지만

어느새 일에 매몰된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잠깐 스탑을 외치는 정도다.

(이전에는 그것도 안 하고 더해야 한다고 다그쳤음)


사실 7년째 숨 가쁜 서울살이를 하며 느낀 게 있다

'서있으면 뒤쳐지고 걸으면 제자리며 뛰면 한 발짝 앞서더라'

그리고 아프고 세상과 강제 단절하니까 느낀 것도 있다

'빠르게 달려도 좋지만 달리다 멈추는 것도 괜찮다'


성질이 급한 편이라 천천히 걸어도 된다 말하는 건 싫다

편안하게 살라고 달래는 건 더 싫다,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


그냥 생긴 대로 빠르게 달리다가 이렇게(코로나는 아니고;)

가끔은 딱 멈춰 서서 잠깐 숨 고르고 다시 달리기로.

내가 멈춰 선 곳에서 뒤돌아 봤을 때, 내가 얼마큼 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내 자리 옆엔 무엇이 있는지 한 번씩 살피고 다시 달리기로.

(다행히도 꽤 잘 해내고 있더라)


이러니 코로나는

아프고 무섭고 외롭고 힘들었지만 강제 멈춤이 내겐 필요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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