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꼬나루 일기 3
우리 아빤 쫌 호랑이. 평소에 막 '아빠 나 이래요 저래요' 의논할 수 있는 다정한 아빤 아니었다.
나는 .. 나는 뭐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은 아니었고, 또 인문계 학교 속에서 피아노를 치는 학생이었는데, 약간 신기하게 일정 정도의 성적을 항상 유지하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 합창부 반주자를 한다고 할 때 아빠가 '절대로 떨어지면 안된다고 정해 준' 등수는 신기하게 유지하는 정도? 간당간당 합창부 생활~! ㅎㅎ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 진짜 말도 안되는, 이제까지 상상도 해 보지 못한, 너무 뚝 떨어져서 어이가 없는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은 적이 있다. 단언컨대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눈 앞이 하얗게 되었던 때다.
괜찮아. 사람이 그럴 때도 있는거야. 다음에 잘하면 되지. 걱정 많이 했겠네?
성적표를 받아든 아빠가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알게 되었다. 아~ 진짜 세상이 하얗게 보일 만큼 무섭고 힘들 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그 다음 시험에 다시 원래의 성적을 회복했고, 그렇게 좋아라했던 합창부 생활도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할 때 까지 끝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한마디에 모든 걱정 다 사라진 내 단순한 성격도 한 몫 크게 작용했을 것은 같지만.. :-)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난 무조건 내 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무언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오해를 받게 되었을 때, 너무너무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엄청나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 ..
무언가 해결책을 찾기 전에 내 마음부터 추스리고 봐야할 때, 가장 좋은 건 무조건 내 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일단 내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 있고, 과거-현재-미래의 나를 통으로 잡아 이해해 온연히 내 편에 서서 이해하고 같이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사람들 ..
사실 쉽지는 않다. 단순히 친한 친구여서 가능하지 않을 때도 있다. 여기엔 직장 생활, 내가 하는 일, 나의 역사 등등 '맥락(context)'인란걸 공유하고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끼리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경험상 이런 무조건 내 편이 생기는 데에는 서로 간의 모험이 필요하기도 하다. 쉽지 않은 속마음 이야기를 한 번 쯤은 누군가 먼저 꺼내 놓아야 할테니까..
그리고 서로 쓸모있는 조언을 해 주고 같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해야 한다. 나도 그/그녀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는 건 물론이다. 자주 자주 고민과 번뇌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직장인 꼬나루의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는 님들에게 감사하며!! 우리가 같이 헤쳐온 지난 10여 년 보다 훨씬 긴 시간을 같이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래요!! - <꼬날이 간다> 35번째 brunch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