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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9. 2020

나 혼자만의 시간을 목숨 걸고 확보하자

나 자신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

엄마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재충전이 되는 시간, 이른바 ‘나만의 시간’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워킹맘의 경우 더더욱 필요하다. 아이들도 어리고, 해야 할 집안 일도 잔뜩 인 데다가,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고 해도 꼭 시도해야 한다. 이기적인 것 같기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당당하게 누려야 한다.


혼자 누리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충전되고 온 엄마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밝고 생기가 넘친다. 똑같이 애들이 사고를 쳐도 너그럽게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런 엄마를 대하는 가족들도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쉼을 누리고 나면, 팍팍한 육아도 끝이 없는 살림도 너끈히 감당할 힘이 생긴다.



“남편이 과연 흔쾌히 독박 육아를 맡아줄까요?”

처음에는 그다지 내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돌보는 일을 의외로 두려워하는 아빠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와 아빠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의 묘미를 한 두 번 겪어보면, 그 후로는 남편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추억이 쌓이면서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자”,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있지?”라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키득거린다. 이럴 때 나는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남편의 경우, 한껏 날카로워져 있는 아내가 ‘나 혼자 타임’을 보내고 난 후에는 한결 부드러워진 태도를 보며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기꺼이 나갔다 오라고 흔쾌히 아이들을 맡아준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일은 첫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해보면 별 일 아니다.



“그래도 가족 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낫지 않을까요?”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도, 혼자 보내는 시간도 각각 필요하다. 때로는 다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시간을 보낼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아니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나 혼자 타임’을 여러 차례 고수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가족단위로 보내는 시간이 먼저 우선이고, 그 사이사이에 내가 숨 쉴 시간을 만들자.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걷기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나가면 계속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목마르다, 물 달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쉬 마렵다, 다리 아프다 등의 요구사항이 쏟아지고 다투기다로 하면 중재도 해야 한다. 다 같이 1시간을 걷는 것보다 혼자 음악을 듣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짝 20분 걷고 오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엄마 애착 때문에 분리가 불가능해요”

이럴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이가 자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 낮잠 시간이 긴 영유아라면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고, 혹은 아침에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부지런을 떨어서 엄마가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단, 아이가 잠에서 깼을 때 엄마의 부재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라면 바깥 외출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자. 억울하다고? 어쩔 수 없다. 그토록 엄마 껌딱지 같은 녀석도 곧 엄마랑 쿨하게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니 기다려줘야 한다. 물론 창살 없는 감옥 같은 기분, 겪어봐서 잘 안다. 그래도 아이가 없는 평화로운 상태에서 차라도 한잔 천천히 마시고, 책이라도 읽다 보면 스트레스가 저만치 달아난다.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답답하겠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잠시만 존버 정신을 발휘하길.


두 번째는,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일단 다 같이 외출을 한 후, 한참 신이 나거나 안정적으로 놀고 있을 때 잠시만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이다. “아빠랑 재미있게 잘 놀고 있지? 엄마 여기 근처에 갔다가 딱 30분 후에 올게”. 근처 카페라도 잠시 가던가, 잠시 산책이라도 하는 거다. 꼭 특별한 외출이 아니더라도, 동네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가 “엄마가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사 올게, 그때까지만 잠깐 아빠랑 오빠랑 놀고 있을까?”하고 적절한 보상을 주는 거다. 아이는 좋아하는 싶은 간식 때문이라도 엄마와의 잠깐의 이별을 허용해 줄 것이다. 이게 슬슬 먹힌다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나 혼자 타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



“혼자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맞다. 애들과 붙어있다 보면 막상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게 정상이다.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태도도 이에 한몫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메모해 두자. 그리고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활동비도 나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자.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 한 권 사기, 카페에서 노트북 가져가서 글 쓰기, 먹고 싶었던 떡볶이 집 다녀오기 등등. 하나둘씩 야금야금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다 보면 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기도 하도 이미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나 혼자 타임을 언제,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남편이 쉬는 주말이 가장 만만하다. 가능하다면 일정 시간을 정해서 주기적으로 실천해도 좋다. ‘매주 토요일 오전’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각자 상황에 따라 30분, 1시간이 될 수도 있고 2~3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녀들과 배우자가 부담스럽지 않고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시간은 정하면 된다. 평일의 경우, 엄마가 조금 부지런을 떨면 가능하다. 나의 경우 주 2~3회 정도는 운동시간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집안일과 아이들 목욕 등을 서둘러 미리 끝내 놓고, 저녁에 식사를 마친 후 남편이 오면 바통터치 후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나도 ‘운동하러 얼른 나가야 한다’라는 목표가 있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고, 남편도 아이들과 온전히 같이 시간을 보내며 셋의 사이가 더 끈끈해지기도 한다.


꼭 내가 집을 나갈 필요는 없다. 가족들을 내보내고 본인이 집에 머물러도 좋다. 단, 나를 위한 취미활동을 하기보다 자꾸 집안일을 하게 됨은 주의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소중한 ‘나 혼자 타임’을 부득이 가족을 위해 사용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계절별 옷 정리, 이불 정리 등 말이다. 아무튼 집안일 조차도 때로는 아이들 없이 혼자 집중해서 후다닥 끝내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고 여러모로 이득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걱정되고 불안해요”

의외로 남편과 아이들은 잘 지낸다. 남편의 부성애도 후천적으로 더 높아지고 강해진다. 주차하기, 길 찾기, 온몸으로 놀아주기 등 때로는 엄마보다 아빠가 훨씬 잘하는 것이 많다. 킥보드나 공 하나만 쥐어져도 아빠랑 실컷 재미있게 놀다 온다.


아빠에게 아이를 맡길 경우, 최소한 먹는 것에는 일탈을 허용해주자. 간식 찬스를 쓸 수도 있는 것이고, 짜장면을 시켜 먹든, 라면을 끓여 먹든 이 날 만큼은 자유를 주자. 단, 툭하면 시댁에 가는 것만 부디 피해 주면 만사 오케이. 아빠도 육아 독립심을 키우려면 자꾸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습관은 고치고, 혼자 오롯이 아이들을 감당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곧 적응하고 육아 노하우도 쌓인다. 아들이라면 엄마랑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같이 목욕탕 가기’ 찬스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적절한 보상으로 아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자. 좋아하는 놀잇감(슬라임, 색종이 등), 간식(풍선껌, 초콜릿 등)을 준비해서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엄마를 잘 기다렸더니, 선물이 주어진다면 아이도 엄마의 혼자 보내는 시간을 적극 지지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나의 경우 8살인 둘째는 여전히 엄마랑 떨어지는 걸 종종 힘들어한다. “엄마가 건강해져야 더 잘 놀아줄 수 있잖아. 딱 30분만 걷고 올게”라고 울먹거리는 아이를 설득해가며 운동을 이어 나갔다. 남편이 달래고 달래 보아도 울음이 그치지 않아 대성통곡하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라는 아이의 영상통화를 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내가 나쁜 엄마인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마음도 불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 혼자 시간을 보내야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나 다운 모습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를 씩씩하게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하고, 대견하다며 다독여줬다. 초기에는 엄마랑 떨어져 있는 동안은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1개 보는 걸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제는 만화 찬스 없이도 잘 있어준다. 비록 입은 삐쭉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없이도 잘 버텨줘서 참 대견하다.


큰 아이는 이제 10살이라 그런지 엄마와 분리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잘 다녀오라며 오히려 응원해준다. 하지만 이 든든한 녀석도 새벽에는 엄마가 곁에 없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금세 잠에서 깬다. 그래서 아무리 남편이 집에 있다 한들 아침시간에 애들을 놓고 밖에 나가 무얼 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자녀의 특성에 따라, 남편의 특성에 따라
집집마다 ‘나 혼자 타임’을 누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방식을 택하면 된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시간을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엄마로서 누리는 당당한 권리로 생각하고
힐링 타임을 마음 편히 제대로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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