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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8. 2020

친정, 시댁, 남편과의 관계를 돌아보자

‘네 탓’이 아닌 ‘내 탓’이라 인정해본다면

친정이나 시댁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고, 반대로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쪽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서 가깝게 지낸다거나, 양가 문화나 환경의 차이를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 지 고민해볼 일이다. 특히 시댁은 불편한 관계가 되기 쉽다. 당연하지 않은가? 30여 년을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서 전혀 다르게 살아왔으니 말이다. 친정만 챙기려 하는 태도를 버리고, 시댁을 적대시하는 태도도 버렸으면 한다. 


자꾸 남 탓, 상황 탓하지 말자. 하수처럼 굴지 말자.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고수다. 상대방을 미워해봤자 나만 손해다.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은 뭐 내가 얼마나 마음에 드실까. 나도 내가 마음에 안 들 때가 부지기수인걸. 이런 엉터리 딸 이자, 날라리 며느리를 품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시댁이나 친정에서 별일 아닌 걸로 서운함이 쌓여 괜한 분노의 감정을 품은 적도 있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만 쌓이고 그 감정이 애꿎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인 셈이다. 주인에게 꾸중을 들은 한 기사가 괜한 분풀이를 해서 관리인, 아내, 아들,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분풀이를 한다는 우화에서 유래된 것인데 전형적인 부정적 감정의 전염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정 연쇄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보고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미친척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다 보면, 그렇게도 얄밉고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과 말들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한다. 서운한 감정도 점차 누그러진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자. 나와 내 남편을 있는 지난 몇십 년간 사력을 다해 키워 주신 고마운 존재 아니던가.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의 행실을 반성하게 된다. 




남편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는 그놈의 설거지를 한답시고 생색은 있는 대로 내고, 바닥에는 물이 한가득이요, 설거지 상태도 당연히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상사에게 깨지고, 거래처에 간이고 쓸개이고 다 내주고 온 고생한 남편을 생각해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쉬고 싶을 텐데 그래도 설거지로 돕겠다고 하는 그 착한 마음만 기억해주자. 뒷정리야 내가 한번 더 하면 그만인 거고.


나 같은 경우는 내 기준이 명확한 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지적질을 서슴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이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당신은 항상 대화에 짜증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다.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늘 화를 내고, 짜증 섞인 말투가 기본 장착되어 있었음을 자각했다. 상대방의 잘못 여부를 떠나, 맨날 화내는 모습만 보인다면 그 누구라도 배우자가 예뻐 보이겠는가? 


그래서 그 후로는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하려 애쓴다. 물론 노력은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는 않아 여전히 좌절 중이긴 하다. 남편이 나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어쩌면 진심 어린 존중 아닐까. 부부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추고 대화하는 걸 훈련해야 한다. 가능한 정성껏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그 날의 고마움을 그때그때 표현하는 게 좋다. 그렇게 서로 세워주고 격려하는 사이가 되면 당연히 나도 자녀들도 안정감을 찾는다. 


또 하나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부부 관계가 동등한 위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을 우리 집의 리더로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좀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어쨌거나 이 집의 리더로 존중해주는 것 말이다. 중요한 의사결정도 맡기고, 주도권을 남편에게 어느 정도는 넘겨주자. 최선이 아닌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좀 참아 주며 믿고 신뢰해주자. 나의 성격상, 그동안 나는 내가 너무 움켜쥐고 흔들려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 발 물러서는 센스가 꼭 필요하다. 




또한 독립심 편에서도 다뤘듯이 시댁이고 친정이고 애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영역이 있으며,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존중해주자. 내 가정이 우선이다. 매 주말마다 무조건 시댁이나 친정에 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상당히 먼 거리임에도 주말마다 시댁의 호출을 받고 하루 종일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며느리들이 주변에 종종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 가족들과 내 삶이 행복해지는 게 먼저이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대부분이 금전적인 관계와 얽혀 있을 때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그래서 시댁의 입김에 의해 모든 의사결정이 좌우된다. 매주 주말의 일상까지 원치 않게 점령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정말 극소수이긴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시댁에 문턱이 닳도록 자주 찾아뵙는 가정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이때 소신 있는 태도를 갖추고 당당한 의사표현을 하려면 경제적인 독립이 필수이다. 하루아침에 청산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재정적인 도움을 끊고 벗어나도록 하자.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이 주(主)가 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 





또한 친정과 시댁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의사표현 방식부터 중요시하는 가치 등 우리 양가 부모님은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는 당연히 친정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시댁에는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한편으로는 시댁의 문화가 더 합리적일 때도 있다. 각자 어떤 것을 중요시 여기는지, 그 포인트를 잘 잡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삽질을 막을 수 있다. 괜한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조준해야 하지 않겠는가. 


친정의 경우 '양질의 음식 섭취'를 매우 중요시한다. 대화의 주제가 늘 ‘밥’이다. “오늘 뭐 먹었어?”, “다음에 OO 먹으러 갈까?”등등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난다. 그리고 맛도 맛이지만 영양성분이나 조리과정도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외식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가능한 국산, 유기농, 무농약 식재료를 고른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사 먹는 음식인 바질 페스토, 토마토 주스, 아이스크림 등도 직접 수제로 만들어 나눠 주신다. 이런 환경에서 어설프게 배달음식을 시킨다면, 안 하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 


시댁의 경우는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고로 무얼 먹느냐는 별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내가 죽어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것보다 무얼 먹든 간에 자녀들과 손주들 만나는 것 자체를 더 좋아하신다. 그렇기에 외식이나 배달음식도 별 거리낌 없으시다. 며느리로서 참 편한 일이다. 단 외식을 할 경우에는 룸을 선호하셔서 가족 행사가 있는 날에는 룸이 있는 곳으로 예약하면 만족해하신다. 


또한 친정의 경우 무슨 일이 발생할 때, 웬만하면 자체 해결하시고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인원만 모인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위기다. 아무리 집까지 모셔드리겠다고 나서도, 유유히 지하철을 타고 가신다. 어지간해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시고 자체 해결하시는 편이다. 또한 아무리 친정이라도 급습하기보다 미리 연락드리고 방문하고 우리 가족을 맞이할 시간적 여유를 드리는 게 필수다. 그래야 맛있는 음식도 준비하시고, 김치이고 반찬이고 미리 잔뜩 해놓시고 바리바리 챙겨 주신다. 그리고 명절 때는 선물은 현금보다 필요하신 물건, 사려고 찜 해 두신 물건으로 사드리는 편이다. 


반면 시댁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이는 걸 좋아하신다. 평소에 자주 못 보니 이럴 때 라도 한자리에 모인다고 생각하면 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경우 가능한 최신 기기를 사용하시는데  평소에도 작동 방법이나 궁금증을 자주 물어보신다. 자녀들에게 도움을 받기 원하시고, 문제를 척척 해결해드리면 기뻐하신다. 시댁에 방문할 때도 미리 연락드리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근처에 거의 도착해서 연락을 드리고 갑작스레 방문해도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시고 불편한 기색이 전혀 없으시다. 명절이나 어버이 날과 같을 때는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드려도 무방하다. 실용적인 사고이신 덕에 어린이날 혹은 생일 같은 때에도 오라 가라 안 하시고 쿨 하게 계좌이체로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신다. 


친정의 분위기는 의사표현에 싫고 좋음이 분명하다. 싫을 때는 싫다고 거절하면 그만이다. 뒤끝 없이 깔끔하다. 하지만 시댁은 무엇인가에 대한 여부를 여쭤봤을 때 두세 번 정도는 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번 여쭤보고 권해야 그 후에 비로소 좋다는 의사표현을 하시는 편이다. 처음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서인지 이제는 양쪽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한다면, 남편의 행동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먹는 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김밥 한 줄을 사 먹거나 컵라면으로 대충 때워도 상관없다. 친정에서 아시면 기겁할 일인데 말이다. 꼭 내 사고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만 골병이 든다.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지 말자.   



또 하나, 무조건 예스맨이 되지는 말자. 내 의견과 완전히 다를 때, 속으로는 부글거리면서 꾹 참고 순종하는 척 행동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차피 표정에서 다 드러나지 않던가. 부모님께 예의를 갖추면서 가끔씩은 본인의 의견도 전달하기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버릇이 없다며 서운해하실는지 모르지만, 그게 서로를 위한 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시더니, 이제는 오히려 며느리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편하다고 해 주신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불만사항을 속사포로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다. 일단 진정한 후, 나도 상대방도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둘이서 차근차근 대화를 시도하자. 상대방이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아무리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아내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는 저의 제로에 가깝다. 돌려 말하면 절대 못 알아듣는다.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서운했고, 어떤 점이 상처가 되었는지 조곤조곤 말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건설적인 의견을 주고받자. 협상을 위해 한발 물러설 줄도 알고, 잠시 자존심은 접어두고 먼저 꼬리를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통해서 시댁과 약속을 잡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간에서 빼먹는 내용이 꼭 있고, 뭔가 조율이 잘 안 된다. 중간에서 오해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기본 이 외에도 다수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금 불편해도 직접 연락드리는 게 백 번 낫다. 어리바리한 제삼자를 끼지 말고, 명확하게 당사자끼리 소통하는 것이 명확하고 깔끔하다. 




친정이고 시댁이고 남편이고 불편한 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키워보자. 내가 양가 부모님께 하는 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이 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건강하실 때, 그리고 곁에 계실 때 마음을 다해 잘 섬기자. 양가 부모님에게 똑같이 잘 하자.


배우자에게 가장 고마움을 느낄 때가 바로 자신의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을 볼 때 아니던가. 당장 해외여행을 보내 드릴 여력은 되지 않더라도, 종종 안부 전화도 드리고 주말에 가끔씩 찾아뵙는 정도는 실천하길 바란다. 내친김에 조금 더 난이도를 올려서, 주말에 함께 인근 공원에 돗자리 하나 들고 놀러 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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