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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9. 2020

엄마는 혼자 있고 싶다 – 글을 마치며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연습,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효율적이지 못한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소모적인 것을 참지 못하는 나에게 기나긴 슬럼프를 극복해내기란 참 쉽지 않았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매몰돼가고 있을 때 그대로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폭풍 같은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좀 더 여유를 가져볼걸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줄걸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줄걸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하기 바빴을까.

빨리 훌훌 털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돌아오기만 기다렸을까.

남들보다 빠르게, 쉽게 슬럼프를 이겨내는 지름길만 찾기에 급급했을까.

우울했던 지난 기억을 깡그리 지우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씩 균형을 잃었던 내 인생의 전반을 돌아보는 두 번 다시는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내면은 강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안에 신뢰감과 재생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좌절은 잠시뿐 일 것이고, 언젠가는 회복되어 나 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야무진 믿음도 생겼다.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엄마로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는 마음이 많이 너그러워졌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용납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줄 알게 되었다.

아침이면 새 아침을 주심에 감사하게 되고, 저녁이면 붉게 물든 예쁜 하늘을 보고 감탄한다.  

풀벌레 우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을 예찬한다.  

자연을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감정이 날마다 새롭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그저 감사하다.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 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어느새 점점 말이 통하고, 같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엄마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모습에 감동한다.

그렇게 엄마만 찾고 엄마만 따라 하던 아이들도,

점점 생각이 자라고, 의견이 생기고, 자신만의 취향도 생겨간다.

나도 아이들도 조금씩 자라 가고 있다.




돌아보니, 나도 아이들도 점점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독립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도 엄마가 되어 가는구나' 싶다.


나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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