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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7. 2020

자녀와의 관계를 돌아보자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부모는 자녀들의 거울이다. 우리의 행동,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다. 심지어 취향도 부모를 닮아간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영향은 상당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존재감 또한 엄청나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온 세상의 전부이다. 부모가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본다. 나는 지금 자녀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큼 괜찮은 엄마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그 작은 아이가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아이 때문에 가정이 때로는 웃음이 넘치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살벌한 분위기의 지옥이 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걷잡을 수 없이 나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내 인성의 바닥을 보게 해 준다. 애들이 잠들고 나면 비로소야 현타가 온다. 지난 나의 행동이 깊이 반성되며 후회가 밀려온다.


하루쯤 늦게 잘 수도 있는 거고, 밥을 안 먹고 싶은 날도 있었을 텐데, 숙제가 하기 싫은 날도 있었을 텐데, 만화가 더 보고 싶은 날도 있었을 텐데, 너무 아이를 몰아붙인 건 아닌지…. 국을 쏟았다고, 옷에 흘렸다고, 책상에 낙서했다고 왜 그렇게 별일 아닌 걸로 짜증을 내고 화를 냈을까, 나보다 절대적으로 약자인 아이에게 어떤 이유라도 화를 내는 건 엄마로서 인격적 결함일 텐데 말이다. 예쁜 모습으로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 보고 있노라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화내고 후회하고 자책하고 원망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절대 화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곧 쉽게 와장창 무너지고 마는 이 사이클이 지금도 무한 반복 중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빈도가 조금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아이들도 그래도 어제 보다는 조금은 성장 중이기 때문일까.

 

자녀와 관계가 틀어지면 엄마의 심리상태는 당연히 악영향을 받는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물론 육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녀들과 서로 맞춰가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이 결함이 많은 엄마를 언제나 최고의 엄마로 인정해주고, 치켜세워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미안하고도 고마운지. 아이가 못난이 엄마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었듯이 나 또한 앞으로도 더욱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넘치게 사랑을 듬뿍 주리라 늘 다짐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의식주와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이지만 커갈수록 교육, 사회성, 신체 성장, 진로 등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자녀에 대한 욕심이 커지고, 자녀를 더 다그치게 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어떻게 하면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나도 아이도 평안할 수 있을까?




<자녀와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만드는 5가지 방법>


1. 자녀의 일상에 관심을 갖자

반 친구들의 이름은 다 알고 있는가? 누구랑 제일 친하고, 요새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거창하게 관심사나 장래희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오늘 먹은 간식이나 점심식사 메뉴 정도는 파악하자. 오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했던 수업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관심 있게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자. “엄마, 엄마” 하고 말을 걸 때, 그놈의 스마트폰 좀 내려놓고 더 따듯하게 눈을 맞춰주자. 폭풍 맞장구도 쳐 주고, 때로는 아이를 배꼽 잡게 웃겨주는 개그감도 발휘하자. 아픈 곳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적절하게 치료도 해 주자.



2. 욕심을 내려놓자

자녀를 대리만족을 주는 존재로 삼지 말자. 정작 나는 학창 시절에 잘 못했던 것들을 자녀들은 잘 해낼 거라고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자. 영어유치원 보낸다고 해서 영어가 능통해지지는 않는다. 완전한 모국어 습득이 더 우선이다. 발레를 시킨다고 해서 당장 키가 크고 유연 해지는 것도 아니다. 악기 한 두 개쯤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심에도 없는 음악 학원에 아이를 밀어 넣지 말자.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시켜도 늦지 않다. 오히려 본인의 의지가 자발적일 때 더 빠르게, 열과 성의를 다해 습득한다. 


자녀에 대한 욕심을 자녀에 대한 관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나친 간섭도 금물, 지나친 방관도 아닌 적정선을 지키자. 무얼 하든지 초기에만 길을 이끌어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두자.



3. 엄마 공부를 계속하자

엄마가 되기는 쉽다. 하지만 내공을 가진 지혜로운 엄마가 되기는 어렵다. 회사 업무보다 백 배는 어려운 것이 엄마이다.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집집마다 환경이 다르다.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멋진 엄마가 되고 싶지만 작은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나를 발견한다. 아이를 다루는 방법이나 감정 읽어 주기 등 분명히 이론으로는 잘 알고 있는데, 막상 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된다. 말이 안 통하고 고집불통인 아이는 티브이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 자식이 이럴 줄이야. 배신감이 밀려온다.


어쨌거나 엄마들은 계속해서 육아 서적이고 강의고 틈틈이 붙들고 있어야 한다. 자녀의 심리, 발달 등 다양하고 줄기차게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몸부림이라도 쳐야 그나마 진짜 엄마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같이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육아 멘토링 프로그램을 종종 보기도 한다. 화면 속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알아서 반성하고, 나 또한 엄마로서 나의 부족함을 깊이 깨닫는다. 내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이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씩 엄마로 완성되어 가는 것 아닐까.  



4.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자녀에게 독립심을 길러주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벗어나자. 기대가 큰 만큼 자꾸 실망하게 되고 내가 자녀의 인생을 조정하려 들게 된다. 자녀는 내 소유가 아닌데 말이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스스로 하는 법을 가르쳐주자.

 

초등학생이 되고서는 초반 적응 시기가 지나면 등하교도 혼자 하게끔 독립시키는 걸 목표로 하자. 등하교 때마다 꼭 같이 가주고 가방까지 대신 메 주는 엄마들 보면 ‘나는 모성애가 없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가능하다면 혼자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자.

 

이 외에도 손 닦기, 컵에 물 따라서 물 마시기, 가방 정리하기, 겉옷 옷장에 걸기, 빨래 개기, 목욕하기 등등 단계별로 점차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늘려주자. 온 맘 다해 존경하는 오소희 작가님의 명언, <내 인생은 나의 것, 애 인생은 애의 것>을 마음속에 새겨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5. 엄마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하자

식사 시간만 떠올려 보더라도 엄마의 수고는 눈물겹다. 가족들이 편하게 식사할 동안 엄마는 동동거리며 분주하다. 휴지를 갖다 달라, 물을 가져다 달라 등등 끊임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요구사항을 말한다. 아이들의 수발을 드느라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한다. 이 무한 노동은 대체 언제 졸업한단 말인가!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다 도와주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일까?


문제의식을 가진 후로는 상 닦기, 수저 놓기 등 소소한 집안일은 자녀들을 동참시키고 있다. 오늘의 당번을 정해 심부름을 같이 감당하기도 한다. 언제나 깨끗하게 세탁된 옷들이 서랍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열 맞춘 수건이 착착 수건장에 쌓여 있는 것만 습관적으로 마주한다면, 아이들은 고마운 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엄마의 수고가 숨어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자녀와 함께 집안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막상 본인들이 해보면 꽤나 수고로운 일임을 알게 되고, 비로소야 엄마의 노동을 인정해준다. 좀 삐뚤삐뚤해도 빨래를 직접 개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아이들이 설거지를 해보게 하는 거다. 엄마가 자신들을 위해 늘 고생하고 있음을 인정해주면 나 또한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의외로 집안일을 놀이로 생각해주어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실제로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꼭 필요한 훈련이다.




자녀가 어릴 때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쉼 없이 손이 많이 가서 피곤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를 보며 행여나 이러다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시간이 더디게만 가는 것 같아 빨리 시간이 지나서 후딱 컸으면 하고 늘 바랬다. 


하지만 금세 친구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오고, 가족이 같이 하기보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나이가 왔다. 자녀가 엄마랑 안 놀아 주기 전에 충분히 사랑을 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며 따로 또 같이 기쁨과 행복을 누리자. 그렇게 엄마도 아이도 멋지게 성장해가며 서로에 대한 돈독한 믿음과 굳건한 신뢰를 쌓은 사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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