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18 - 중간이 없다.
휴학생 짧은 일기.
과거는 너무 쉽게 미화된다. 추억이 되고 영광이 된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불안과 걱정으로만 떠올리거나 지나친 기대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을 산다는 건 참 어렵다. 하지만 이 모든 불안감의 해결책이 그것뿐이라는 걸 사실은 알고 있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
저번 서울 방문 이후 감기가 좀 독하게 걸려서 지난 1주일을 꼬박 앓았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돈가스를 먹는 모종의 의식을 치르고는 좀 나아지나 했는데 어떤 날은 잘 자다가도 코가 막혀서. 또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한기에 여러 번 깨버려서 졸지에 밤을 지새우곤 했다. 어제도 그렇게 중간에 한 번 깨버리니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서 자야지 자야지 주문을 외우며 누워있었다.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나 역시도 그렇게 의식적으로 뭔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떠으로는 기억이나 생각들이 훨씬 많다. 어젯밤도 역시 그랬고 근래 하던 고민이나 걱정들이 떠오름의 주를 이뤘었다.
그렇게 떠올랐던 고민 중 최근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했던 내 글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내 글은 주로 절망에 빠져있거나 극단의 희망에 차올라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게 영원히 그렇지마는 안겠지라고 막연히 낙관하면서도 내심 중간이 없는 나의 심리상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나 보다.
중간이 없다. 나는 보통 그렇다. 그냥 천천히 고민해도 되는 내용들도 내 머릿속에서 아주 쉽게 불안함을 야기하는 걱정거리가 되어서 그걸 해결하기 전까지는 전전긍긍하기 일쑤고, 그래서 조급해하다가 무언가를 망치거나 한참을 돌아가거나 했던 경험이 정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