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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깨는 현석이 Nov 04. 2022

21.04.11 주말

복학생 짧은 일기.

지겨워라. 내가 원하는건 사실 단순한 거였던 거다.


최근에 친구가 내 글을 소설처럼 홀린듯이 읽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얼마나 기쁘던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이해해주기를 참 간절히 바랬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어딘가에 있을 유달리 복잡해보이는 누군가의 사정이 내 친구의 이야기라는 것이 생소했고, 내가 계속 버티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는 안타까웠다고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나한테 자신이 없었다. 불분명한 내 정체성에 서사가 부여되길 바랬다. 별 것도 없고 보잘 것 없는 내가 특별할 수 있길 바랬고 그래서 면책되고 보호받길 원했고 그래서 애썼다. 사실은 내가 바래기를 마지 않던 그 특별함은 사실 신기루에 허상이고, 그 때 나의 애쓴 마음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을까.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걸 느끼면 어른이 된거라고 하던데. 아직 잘 모르겠다.


누구나 덧없이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그 덧없음이 너무 야속하고 허무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절대 비겁한 말이 아닐거라 믿는다. 뭔가를 하던, 하지 않던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얼마나 많은 마음을 써야 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런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이렇게 여기에 있는게 조금 지겨워졌다.


흔하게 물어보는 질문이라 나도 몇 번 들었던 '꿈이 뭐냐'는 질문에 나는 한 마흔쯤에 설거지를 하다가 너무 지겨운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하루가 너무 평온하고 쳇바퀴 같은데 미래를 상상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너무 지루하고 지겨운 느낌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오만이었다. 나는 지금 지겹다. 내가 지금 머무는 곳부터 해야 하는 일까지 모두 지겹고 지루하다. 분명 그것들이 너무 걱정되고 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지겹고 지루하다. 지금 나의 문제들을 해결해내면 당연히 지루한 평온이 찾아올거라 믿었던 그 마음이 사실은 오만방자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없었으면, 하고 드문드문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마음이 없으면 무엇이든 그냥 해내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게 전부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이 없었으면 무엇이든 해내는 것이 그저 하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눈치챈 것 같다.


더 좋아 져야지.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좋아져야지. 이제 앞으로 더 좋아져야지. 얼른 훌훌 털고 다 나아버리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거기 집착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말이 참 야속하다. 그건 참선이잖아. 내가 그걸 어떻게 해. 하지만 못해내면 뭐 지금 같은 상태는 쭉 유지될 것이고 상황은 더 안좋아질 것이다.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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