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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깨는 현석이 Jan 03. 2023

23.01.03 - 오늘은 자만과 허영을 조심하세요.

가진 게 나 밖에 없어서요.

나는 운세 어플을 종종 본다. 신내림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최대한 컬트 한 것들을 멀리하고 있지만, 알림으로 오늘 운세가 만땅이라느니 오늘 조심해야 할 것들을 확인해보라느니 하는 말들을 보면 여지없이 눌러서 확인을 하고야 만다.


1월 3일 오늘의 운세는 '자만심과 허영심을 멀리하라'.


아주 잠깐 오늘 내가 세상에서 최고인 것처럼 굴었던 순간이 있었는지를 검열하고 나서는 곧장 허탈한 실소가 터졌다. 자만심과 허영심이라니. 함부로 돈을 쓰지 말라는 말이나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더라도 항상 뒤를 돌아보며 달리라는 등의 이야기만큼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2년 12월에 나는 내도록 골골댔다. 한 번은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응급실에 갔었고 한 1,2주일 괜찮은 것 같더니 다시 또 열이 39도로 올랐다. 응급실에 갔었을 때는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판정을 받아서 집 앞 의원에 갈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아팠을 때 다시 집 앞 의원에 갔더니 열이 나는 상태에서 병원에서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게 아니면 진료를 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 갈 수 있는 병원을 알려주셔서 거기로 갔더니 a형 독감이라고 했다.


그렇게 '당신은 a형 독감입니다'를 듣고 나서 2주가 지나 이제 3주 차에 접어들었는데, 독감은 아직도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정말 지독하게 낫지 않고 있는데, 처음에 먹는 족족 토를 하고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침에 피가 섞여 나오던 단계를 지나고 나니 이제는 목이 너무 부어서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저번주 수요일에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서 저녁 알바를 갔다 왔더니 그날부로 목소리를 잃어버렸는데 곤란하게도 내가 하는 알바는 말로 조지는 알바라 일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 버렸다. 목이 다 나아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해주신 담당자님께 정말 감사하지만, 우선 지금 당장 수입이 끊겨 버린 것이 아주 난처하다. 설상가상으로 천사 같은 선생님이 가끔 제안해주시는 촬영이나 편집 일들이 있는데, 이번에 아픈 바람에 들어왔던 촬영 일도 펑크가 나버렸고, 보조강사로 나가고 있던 수업도 연말이라 2주나 방학을 해버려서 결국 가족들에게 sos를 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왜냐면 공과금과 카드 대금 그리고 빚과 전세자금 대출 이자 같은 것들은 내가 곧 죽어도 절대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한테 자만과 허영을 조심하라니. 이 모든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천천히 하나씩 해결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만이라면, 그래. 오늘은 좀 조심해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만 아주 나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다 해결하기 전에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막연히 괜찮아질 거라고 안심하고 앉아있지 말고 다시 알바몬을 열고 알바를 지원해 보자. 안녕하세요, 알바 지원자 김현석이라고 합니다. 알바 경험 다수 있으며 주어진 업무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직 경험도 다수 있어 친절한 응대도 가능합니다. 뽑아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꼭 뽑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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