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노트북

by 꽃채운




엄마의 노트북을 사 주기로 한 날입니다. 살 것은 엄마의 노트북인데, 괜히 제가 설레어서 새벽에 눈이 떠집니다. 아침을 먹고 바로 컴퓨터 매장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부담스럽다며, 이 나이 먹고 컴퓨터로 일을 할 것도 아닌데 …, 딸내미 돈을 나를 위해 쓰기는 너무 아깝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매장에 가서 노트북을 만져보고, 화면도 켜보고 괜히 키보드도 한번 눌러보면서 엄마는 굉장히 설레어하셨습니다. 나만의 컴퓨터가 생긴다면서요. 오롯이 내 것이냐던 엄마의 얼굴 가득 웃음이 피어있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 크게 웃던 엄마. 그 모습이 마치 즐거운 소녀 같습니다.


새 노트북을 소중히 들고 돌아와 한글과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깔아주고, 새로 아이디도 만들어주고, 이것저것 로그인을 해 드렸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밀리의 서재도 설치해 주었습니다. 제가 구독하고 있는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엄마의 서재도 만들어드렸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요.


"이제 컴맹 탈출이야!"


집에 돌아와서 오전에 해 놓지 않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엄마의 입가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왕 왕초보 엄마를 위해 특별 자료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가 처음인 엄마를 위한 맞춤 수업입니다. 소화해 낼 수 있는 만큼 1주일에 하나씩 가르쳐드릴 계획입니다. 언젠가는 은행 업무 보는 것도, 동사무소 서류를 떼는 것도 능숙하게 해 내시겠지요. 취미로 그리시는 그림도 스캔해 보관해 보고, 필요한 문서를 만들어 인쇄하는 방법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늘 컴퓨터 켜고 끄는 방법도 모르신다던 엄마는 오늘 직접 컴퓨터를 켜보기도 하고, 꺼보기도 하셨습니다.

유튜브에도 들어가 보고 싶은 영상도 보고, 네이버에 검색도 해 보셨습니다. 엄마, 이제 컴퓨터 켤 줄도 모르는 건 졸업이야!


부담스러운 마음에 이 나이 먹어 뭘 배우냐 하셨겠지만, 아직 창창한 50대이신걸요. 아직 생의 절반정도밖에 안 왔습니다. 이제 남은 몇십 년은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쓰며 지내실 거예요.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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