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난 날 위해 스페셜 데이를 선물한다.

그렇게 또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행복을 충전시킨다.

by 꼬야

나의 일상은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것이 아닌 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자아가 강하고 열심히 내 길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가족의 울타리 안에 살고 있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 울타리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화려한 싱글을 꿈꾸며 고수해온 나의 싱글 생활이 화려해지기도 전에 피곤해졌다고나 할까?

한때 방영했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랜드’의 박완(고현정)이 했던 말 중에 ‘나는 엄마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제발 나랑은 상관없이 혼자 알아서 행복해줬으면 좋겠으니까... 나는 엄마가 아주 많이 불편하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기적인 자식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그 대사, 다른 듯 닮아 있는 박완과 나.

한 때, 나도 박완처럼 가족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각자 알아서 행복하고 그 행복으로 서로에게 좋은 기운만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내 일상이 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몹시 불편하다!라고 이기적이게 말하고 싶은,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딸이자 누나이자 고모였다.


인터넷에서 화려한 싱글의 조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그 조건에는 경제력, 친구, 건강, 기타로 시간을 보낼 취미 등등이 있다고 했다. 우습게도 나는 어느새 기사에서 말하는 조건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보고 있었다.

첫째, 나의 경제력? 개뿔, 그나마 적금 조금 넣을 수 있는 정도밖에 안 된다.

둘째, 친구? 친구는 있지만, 그들보다 삐악삐악 대는 조카들을 더 자주 본다.

셋째, 건강? 딱히 이상은 없지만 조카들 케어와 회사 업무로 오늘도 피곤한 고모는 소파와 한 몸이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은 화려한 싱글보다는 돈은 없고 피곤하기만 한 싱글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에 나온 송화의 그 질문이 가슴에 와 닿고, 그녀를 대면하고 있는 것처럼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자문해 보았다.

“너는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라고...




나는 날 위해 스페셜 데이를 선물한다.

한 달에 한 번, 난 날 위해 시간을 보낸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처음엔 오기(傲氣)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아주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나라는 나이 든 싱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싱글은 혼자 살 아파트 하나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이다.

청약 저축에 가입하고, 매번 청약 공고가 뜨기가 무섭게 청약을 신청하지만, 신혼부부다, 부양가족이 많다 하여 가산점을 받는데 싱글은 받을 길이 없다. 그리고 청년들은 청년실업지원금이나 창업 지원금 등이 있기나 하지 나이 든 싱글은 아무것도 없다. 세금을 내는 다 같은 국민인데, 왜 싱글만 찬밥이냐고!!


몇 번의 청약 당첨의 고배를 마신 뒤, '이 나라가 싱글인 나한테 해준 게 뭐야' 하며 영화비라도 할인받자 싶어 시작한 한 달에 한 번 영화 보기, 그렇게 시작한 나의 스페셜 데이!


하지만, 시작은 불편했지만, 곧 그 일은 송화의 장작 거치대처럼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높다란 울타리도 더 이상 버거운 일이 아닌 것이 되고, 내 일상이 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그럼, 나의 스페셜 데이에 대하여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 해서 만원이 넘어가는 모든 영화가 오천 원이다.

나는 그 날 혼자 영화를 본다. 영화를 초이스 하고 예매하는 시간부터 행복해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 달 읽을 책 2권을 사고자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을 접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스페셜 데이의 휘날레는 그 다음이다.

너맥타임!!! (치킨너겟과 맥주 한 캔-치맥이 좋긴 하지만 치킨은 싱글에겐 너무 양이 많고 사치다. 치맥은 혼술용으로는 별로다.)

영화관 앞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 들러 너겟 20조각을 사고 맥주 한 캔을 사면 너맥타임 준비 끝이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너겟 한 조각으로 나의 스페셜 데이는 끝이 난다.

그렇게 또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행복을 충전시킨다.


'날 위해 샀어. 날 위해 그냥 샀어. 나 이거 살 때 엄청 행복했다'라고 했던 송화의 장작 거치대처럼

날 위해 보낸 보잘 것없는 하루가 날 무지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