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잘 맞는 친구도 되는데...
나는 무엇이든 잘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조금씩 잘한다. 글도 조금 잘 쓰고, 그림도 조금 잘 그리고, 요리도 조금 잘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만 잘하는 사람들 이건만. 난 늘 모든지, 조금씩 어설프게 잘한다.
그렇지만 꼭 잘하고 싶었던 건, 글이었다.
과거 보았던 광고 중에 ‘산소 같은 여자’라는 카피로 이영애를 톱스타로 만든 모 화장품 광고가 있었다. 그 광고가 나오자마자 이영애를 닮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너도나도 그 제품을 선호하였고, 남자들 사이에서 이영애는 이상형 1순위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그 ‘산소 같은 여자’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어떻게 저런 문구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그 문구를 내 것으로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 문구들을 카피라 하고, 카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카피라이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줄곧 카피라이터를 꿈꾸며 국문학과 광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근처만 맴돌다 말았다. 어설프게...
서울 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몸과 마음에는 상처만 남았다. 결국 고단한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며, 잠깐 숨 고르기를 하자 한 것이 10년째 나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나의 꿈이 멀리 날아간 기분이었다. 전집만 읽었다. 하루하루 전집만을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무작정 읽기만 했다.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려보니,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문득 나의 꿈은 날아간 것이 아니라, 내가 날려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 9년째 읽고 쓰기만 하고 있다.
카피라이터라는 나의 꿈은 훨훨 날려 보냈지만, 난 타협한 현실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꾼다.
꿈을 꾸기에 늦은 나이라 할 수 있지만 꿈과 나이는 상관없지 않을까?
오늘도 난 퇴근 후, 조카들을 보는 엄마 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조카들의 여러 소리들을 커피숍 잔잔한 음악처럼 들으며 꿈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유명 작가들처럼 커피숍으로 달려가 글을 쓰고 싶지만, 나에게는 호사다.
“고모, 그림 그려줘. 시크릿 쥬쥬 그려줘.”
“콩아, 고모는 시크릿 쥬쥬.. 잘 모르는데??”
“고모는 쥬쥬도 몰라? 왜 몰라? 아가인 우리도 아는데??”
“콩이 넌.. 바람돌이 알아? 모래 요정 바람돌이..!”
엄마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하신다.
“어쩜 그리 잘 맞니? 조카랑 고모가..”
“할머니, 고모랑 나... 우리 좀 친해요. 친구예요.”
콩이는 마치 자랑하듯이 말한다.
‘맙소사!!!’
조카와 잘 맞는 친구도 되는데, 꿈꾸는 일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