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너는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세상 쿨(cool)하지 못한’ 소심녀

by 꼬야

너무 많은 채널에, 너무 많은 드라마가 있다 보니, 오히려 예전만큼 드라마를 잘 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챙겨볼 만큼 매력적이었다. 잔잔한 일상 속에 숨어 있어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감동과 깨달음들을 아주 디테일하면서도 쉽게 알려주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그 중 10회에선가 나온 장면이었는데, 참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작가는 송화에게 고백하는 익준을 묘사하는데 포인트를 준 장면이었겠지만, 받아들이는 시청자인 나는 그보다 앞선 그들의 대화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아들 우주와 환자 사이에서 쉴 틈이 없는 익준이에게 친구 송화가 물었다.

‘익준아! 너는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라고.

59.jpg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0부의 한 장면


송화 익준아 너는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익준 넌?

송화 나 이거 샀어.

익준 이게 뭐야?

송화 장작 거치대

익준 이게 왜 필요해?

송화 화목 난로에 장작을 넣는데 장작을 여기 두는 거야.

익준 아니 그냥 바닥에 놓으면 되잖아. 왜 샀어, 그런 걸.

송화 날 위해 샀어. 날 위해 그냥 샀어. 나 이거 살 때 엄청 행복했다.



그 송화의 질문은 단지 송화가 익준에게 던진 질문이 아닐 것이다.

그건 화면 밖에 있는 나에게 던진 질문일 것이다.

나는 갑작스러운 송화의 질문에 마치 내가 송화 앞에 대면하고 있는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가 나한테 어쩜 그래?’

마음으로 하는 말이든, 입 밖으로 꺼내 상대에게 하는 말이든 사람인지라 충분히 가능한 말이다. 준만큼 받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주는 사람 생각이고, 받은 사람은 참 어이없는 말일 것이다.

‘니가 해주고 싶어서 해줘 놓고, 나보고 어쩌라고’ 하면 그 충분히 가능했던 말은 해선 안됐던 세상 쿨(cool)하지 못한 말이 되어버린다.


그 ‘세상 쿨(cool)하지 못한’ 소심녀가 나다.

완벽한 딸로, 누나, 친구, 이제는 완벽한 고모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다. 그래서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내가 조금 피곤하더라도, 양보하고, 기다려주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러모로 완벽하지 못한 나로서는 힘에 부치고 서운한 것들 투성이였다. 그렇다고 말로 풀어내는 성격도 아니라서 고스란히 그런 것들은 스트레스로 내 안에 쌓여갔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는 완벽하려고 하면서 정작 넌 널 위해 뭘 해주니?’

그렇게 손해를 보고, 피곤하더라도 양보하고, 기다려주고를 하면서 정작 나는 나에게 배려하거나 기다려주고 있질 않았다. 늘 타인을 위해 쓰고 남은 짜투리 시간에 나를 돌아보았고,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스스로를 채근하기 바빴다.


슬기로운 의사, 송화의 장작 거치대는 나에게도 필요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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