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저분해지는 집 꼴은 마음을 표현해주는 방식
얼마 전 개그우먼 정주리가 육아맘이 되어 오랜만에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탔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육아맘들의 고민과 심정을 대변해 많은 공감을 주었을 것이다. 조카육아체험 중인 나조차도 “그렇지, 힘들지” 하며 보았으니까. 거기에서 정주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이 복잡하면 정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신랑이 “또 시작이다”하며 혀를 내두른다고 했다. 웃음이 났다. 나도 자주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도 심란한 일이 생기거나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일단 집안 곳곳을 엎는다. 그런 나를 잘 아는 친구는 '무슨 일인데'하며 나의 빨간 비상등을 알아챈다.
한 2주 정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집안 꼴을 보고...
주부 경력 40년이 넘는 엄마의 눈에는 나의 싱글 살림이 우습고 성에 안차겠지만, 나름 깔끔 비스름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주 사이 정리가 되지 않고,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쓰고 제자리에 가져다 두어야 하는데 쓰다 소파 테이블에, 아니 쓰다 말고 다른 볼일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평소 결벽은 아니더라도 물건들의 자리를 정해두고 정한 자리에 두는 스타일인데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니 우선 정신적으로조차 정리가 안 되는 것이었다.
요즘 내 머리가 복잡하긴 하다. 신기했다.
머릿속이 심란하다고 집 꼴이 이렇게까지 된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집 꼴이 내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이럴 때 복잡한 것, 심난한 것 죄다 밀쳐 두고 정리에 들어간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옷장 문을 열고 모든 옷을 다 꺼내고,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를 죄다 버린다. 그리고 몇 년째 쓰고 있는 예쁘고 튼튼한 옷걸이로 바꿔 건다. 넉넉하게 사놓기도 했지만 세탁소에서 가져오는 옷걸이는 세탁물을 찾을 때 딸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옷을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버려도 옷걸이가 부족하진 않는다. 그 일이 끝나면 화장대다. 평소 화장을 잘 안 하기 때문에 화장품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 대신 유통기간을 넘긴 화장품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곤 한다. 그렇게 붙박이장과 화장대가 있는 침실이 끝나면 그다음 순서는 서재다. 그리고 욕실과 베란다 수납실, 주방 순이다. 이번에도 나는 어김없이 2박 하고 3일째 정리 중이다. 그렇게 정리가 끝이 나면, 말끔해진 주변을 보며 천천히 마음을 비워낸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도 비워내고 정리를 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해진다.
어쩌면 지저분해지는 집 꼴은 마음을 표현해주는 방식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 비상!' 하고 켜지는 빨간 비상등 같은, 우선 밀쳐 두고 생각을 정리하라는 신호, 그리고 지인에게 '너의 친구가 이상해'라고 SOS 신호를 보내는 비상등 말이다.
이제 주변 정리는 끝이 났다.
최근 브런치에서 읽고 메모에 놓은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8개의 질문>이라는 책에서 작가가 말한 삶이 복잡하고 우울할 때 비워내고 정리하는 법 3가지 방법을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삶이 복잡하고 우울할 때 비워내고 정리하는 법
1. 일단 종이에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들을 적어보자.
2. 적어놓은 목록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따져보자.
3.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8개의 질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