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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Sep 02. 2020

좋아하면 반짝반짝하거든.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먼저다.

20년 1월 1일,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 봄이 오나 했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코로나 19는 봄에 이어 우리의 여름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불청객의 횡포는 그칠 줄 모르고 속절없이 가을이 오려한다.


새해 1주 차, 누구나 그렇듯 많은 계획들이 있었다.


나의 오버쟁이 그녀는 나에게 그냥 살자라고 말했다.

이제 시간을 즐기며 계획 없이 흐름대로 살자라고 했다. 

어릴 때처럼 말고, 어른의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난 아직 어린 걸까?

습관처럼 새해가 되면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칠판 옆 게시판에 적어두었던

'노력 중점'이라는 네 글자를 수첩에 적어놓는다.

하지만,

어릴 때처럼 주절이 주절이 적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욕심을 내는 것이다.


요가실에서 문자가 왔다. 

등록한 지 1년이 되었다는 알림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하고 수첩을 열었다.

새해 첫날 적은 나의 2020년 나의 노력 중점들,

8개월 동안 그렇게 조용히 단출하게 적혀 있었다.


1. 꾸준히 글을 쓰도록 노력

2. 꾸준히 요가하도록 노력

3.  ...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좋고 싫음이 분명할까??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요가는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이다.

9월이 시작되는 지금, 결론을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성공적이고, 잘하고 싶은 요가는 완전 망했다.

요가 사장님이 말했다.

먼저 한 달 동안 꾸준히 해보라고, 그러면 몸이 (요가하는 것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또 한 달을 더 꾸준히 하며 습관을 만들어가라고. 

그러면 세 달 째는 내가 (요가하는 것을) 좋아할 거라고.

그렇다. 좋아하는 것이 먼저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먼저다.


얼마 전 읽은 유이안, 김민주 작가의 [모자 문답집]의 한 페이지가 떠올랐다.


유이안 김민주 작가의 모자 문답집

{반짝반짝}


_엄마, A는 정말 축구를 잘해!

_A의 형이 축구선수인 거 알지?(A의 형은 중학생 축구팀에 속해 있다.) A는 매일 형과 축구를 한대. 

집에서도 학교 안 가는 날에도, 이안이는 학교에서 축구하는 날만 하는데 A는 매일매일 하니까 잘하는 걸걸?

(난 아이가 부러워서 그런 말을 하나 보다 싶어서 내 딴엔 '형이 있어 그런 거야 부러워할 것 없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_음 내 생각에는 A가 축구를 좋아해서 그런 거 같아. 좋아하면 반짝반짝하거든.


                                                                                 유이안, 김민주 작가의 모자 문답집 중에서




좋아하면 반짝반짝한다는 유이안 꼬마 작가, 기특하리만큼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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