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고모! 자꾸 그러면, 에버랜드로 보내 버린다!

나는 그들에게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고모가 되고 싶다

by 꼬야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대에게 어떤 내가 되어야 할까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다. 아니, 그게 상대에 따라 다중이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님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Yes만을 답하려는 딸이 되고자 하고, 동생들에게는 말을 줄이고 묵묵히 누나의 자리를 지키는 든든함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조카들에게는 어떤 고모가 되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콩이와 까꿍이를 차로 하원 시키며 잠시 엄마가 장을 보는 동안 나는 그들과 허물없이 로봇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까꿍이가 요즘 좋아하는 로봇은 뭐야?"

"응, 고모. 난 세이버가 좋아."

"세이버? 갠 어떤 친군데?" 내 딴에는 까꿍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고모도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콩이가 대뜸 말했다.

"고모, 세이버한테 반말하지 마!"

이건 또 무슨??

별난 조카분들 덕에 평생 못 들어볼 말들을 듣고 산다 싶었다. 어디 가서 로봇한테 반말하지 말란 소리를 들어볼까?

"콩! 지금 뭐라고 했어? 고모가 잘못 들은 거야?"

"세이버가 고모보다 나이도 많고 힘도 세단 말이야!"

"(이 눔의 가시나야! 너나 고모한테 반말하지 마!)"라는 마음의 소리를 꾹 참고,

"아닐 걸? 고모가 세이버보다 더 나이 많을 걸?"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세이버는 굵고 저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아저씨처럼 말하는 세이버가 고모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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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부모님 댁에서 함께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창고 정리 중이셨고, 엄마는 밤송이를 따와 정리 작업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 창고 정리를 도와 드리고 내려오니 엄마와 콩이맘은 밤송이와 밤알 분리 작업 중이었고, 아가들은 그 분리된 밤알을 주워 양동이에 담고 있었다. 나는 양동이를 조금 멀리 놓으며 말했다.

“콩아! 까꿍아! 우리 던져서 누구 밤이 더 많이 들어가나 해볼까??”

그 말 한마디에 고모는 또 조카들에게 들을 수 없는, 아니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다.

“아휴, 우리 고모는 철이 없어. 언제 철들어?”

아뿔싸 졸지에 철 안 든 고모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할머니가 아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너무 응석을 다 받아주는 것 같아 때론 고모인 내가 적당한 훈육을 하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호랑이 고모, 화났다. 그만 뚝 하자.’하며 상황을 정리하시곤 한다. 정말 고모가 마음먹고 혼내야 할 때는 호랑이 고모가 먹힌다. 하지만 까꿍이는 눈치가 빠르고 막내라 그런지 얼렁뚱당 모면하려는 술수를 부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용납하지 않고 훈육을 해야 한다.


늘 있는 일이지만 번번이 새로운 까꿍이의 이유 모를 떼, 그날도 차로 하원을 시키는데 까꿍이가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허! 까꿍!”

“까꿍아! 호랑이 고모 화났다. 얼른 뚝 해.” 할머니가 까꿍이를 안아주며 달랬다.

“까꿍이, 너! 자꾸 떼 부리면 호랑이 고모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흥! 호랑이 고모! 자꾸 그러면!!!”

나는 까꿍이의 그다음 말을 듣고 더 이상 호랑이 고모가 될 수 없었다.

“에버랜드로 보내 버린다!!!”




조카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너희들은 얌전한 고모가 좋아, 개구쟁이 고모가 좋아?”

“얌전한 고모.” 아이들은 고모와의 장난에 지쳐 답을 했다.

“알았어.”

그러고는 한동안 놀이방에 들어가 잘 놀더니 얼마 안 되어 고모가 있는 쪽으로 다들 나와 한 녀석은 등을 밀고 한 녀석은 목을 끌어안으며 달라붙었다.

“고모, 뭐해.”
“고모, 심심해. 놀아줘.”

“조카들! 얌전한 고모가 좋다며. 고모는 이제 얌전한 고모가 될 거야.”

“아니야. 생각을 잘못했어. 개구쟁이 고모가 훨씬 좋아.”

“그래??”

나는 다시 그들에게 간지럼을 태우며 장난에 발동을 걸었다. 그리고 곧 고모의 말도 안 되는 개그에 그들은 금세 까르르 인형이 되었다.


조카들에게 고모는 어떤 고모여야 할까?

나는 그들에게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고모가 되고 싶다.

같이 놀아주는 고모, 친구 같은 고모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