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고모의 뭐야?

서투른 고모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

by 꼬야

콩이와 까꿍이를 하원 시키고,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그들과 간식 타임을 가졌다.

핫도그를 먹으며 콩이가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고모, 할머니는 고모 엄마지?"

"응."

"할아버지는 고모 아빠고."

"응. 근데, 그건 왜?"

"그냥."

"그럼, 너네 아빠는 고모의 뭐게?"

"동생!"

"잘 아네."

오늘 유치원에서 관계에 대해 배웠나 새삼스레 익히 알고 있을 것들을 물었다.

"그럼, 콩이는 고모의 뭐게?"

나의 돌발 질문에 콩이는 갸우뚱하더니만 이내 씩 웃으며 로맨틱한 현답을 했다.

"으음, 아마도, 사랑??"

"우아!! 어떻게 알았어? 고모가 콩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렇게 닭살 고모와 조카는 아주 달콤한 핫도그를 먹었다.


"근데, 콩아. 고모가 생각한 거랑 다른 대답이었어."

"응? 그래? 그럼 고모가 생각한 건 뭐였어?"

"응, 콩이는 고모의..." 나는 콩이의 동그랗게 뜬 눈을 보며 시간을 끌었다.

"에이.. 고모... 장난치지 말고, 빨리 말해줘."

"콩이는 고모의.... 보물이지...!"

"크크, 보물??"

콩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했다.

"응, 보물 1호."

"그럼 까꿍이는... 까꿍이는 고모의 뭐야?"

"응!! 까꿍이는 고모의!!!"

콩이는 나의 답을 기다렸다.

"똥덩어리."

"엥!! 똥덩어리?"

똥덩어리는 매일 똥을 못 싸서 힘들어하는 까꿍이의 귀여운 별명이다.

"에이, 고모... 그냥 복덩어리 해줘."

"아냐. 까꿍이는 매일 고모한테 심술만 부리고, 억지만 쓰고, 그냥 똥덩어리 할래."

"에이, 고모."

"너도 알잖아. 오늘 하원 할 때도 고모가 다친다고 잘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도 움직이고 장난치고... 그래서 넘어져 놓고선 고모가 운전 못해서 넘어진 거라고 억지 쓰는 거."

나는 지 동생이라고 편 들어주는 어른스러운 콩이가 어떻게 말하나 보려고 오버해서 삐딱선을 탔다.

"에이, 그래도 똥덩어리는 좀... 그냥 복덩어리라고 해주자."

"그럼 우리, 까꿍이에게 물어보자."

"그래."

콩 튀기듯 이 방 저 방 바쁜 까꿍이를 불렀다.

"까꿍아. 넌 고모의 뭐야.?" 하고는 까꿍이의 답을 듣기 위해 까꿍이만 보고 있었다.

"나는..."

콩이와 나는 무슨 시상식 발표를 기다리는 거처럼 까꿍이의 입만 쳐다보았다.

어느새 멀리서 보고 있던 엄마의 시선도 까꿍이의 입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나는...!" 까꿍이는 씩 웃고는 마저 말했다.

"고모의... 똥덩어리지."

나와 엄마는 푸하 웃음을 터트렸고, 콩이는 어이없는 얼굴로 '뭐야'했다.

개구진 까꿍이는 마냥 좋은 듯 낄낄대며 웃었다.

"이그, 똥 못싸는 똥덩어리." 콩이도 한 마디 덧붙이더니 그냥 웃어버렸다.




오은영 박사가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라는 책에서 말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말라고.

하지만 역으로 조카들이 생기면서 애정표현에 인색했던 내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사랑?'이라고 말해주는 콩이도,

'나는 고모의 똥덩어리지'하며 개구진 표정을 짓는 까꿍이도,

서투른 고모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