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싫음을 분명히 말하며 화해할 줄 아는 5살의 쿨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자주 다툰다. 아주 사소한 일로,
그리고 진심으로 화해한다.
어른들도 아이들만큼 자주 다툰다. 역시 사소한 일로,
하지만 어른들은 진심으로 화해하지 않는다.
한 뱃속에서 나온 새끼도 아롱이다롱이라는 말처럼 나와 동생들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특히나 바로 밑에 동생과는 너무 달라 자잘한 다툼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이그, 저 놈의 성질머리... 내가 참자.' 하며 넘긴다.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겠지. '이그, 저러니 시집을 못 갔지.' 하며 참겠지?
하지만 모진 말들은 가슴에 남아 상처가 된다.
며칠 전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다가 오랜 상처에 다시 생채기를 냈다.
'다신 내가 너랑 말을 섞나 봐라.' 하며 꽁함을 품고 며칠이나 지났다.
그리고 그 후,
한글날이 낀 연휴, 아버지가 1박으로 여행을 가셔서 엄마가 혼자 주무시게 되었다.
이 때다 싶어 비밀 정예 멤버인 할머니, 고모, 콩이도 할머니 집에서 1박을 하며 파티를 했다.
까꿍이는 누나만 데려갔다고 울고불고하더니 댓바람부터 쫒아 와서는 고모에게 '흥! 치!'를 연발했다.
"까꿍아! 미안! 고모가 까꿍이는 엄마랑 자고 싶어 할 것 같아서 그랬어. 미안해."
"흥, 치! 고모, 미워!"
"그럼 까꿍이 고모한테 화 풀리면 말해줘!"
"응!"
그러기로 하고 우리는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갔다.
대청호 수변을 따라 거위들도 나들이를 나와 아가들을 신나게 해 주었다.
아가들이 거위에 신나 하는 동안 나는 커피와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 그들을 기다렸다.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고모, 나 화 풀렸어." 나를 생각에서 꺼내 준 건 까꿍이었다.
"정말?"
"응, 고모랑 나들이 와서 좋아. 안 미워. 고모 좋아!"
"고모도 까꿍이 좋아. 다음엔 꼭 까꿍이랑도 함께 할게."
집으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튼튼이가 왔다.
느릿한 말투로 '까꿍아, 형아가 어떤 장난감 가져갈까? 과자도 사갈까?' 하며 전화를 하더니 장난감을 넣은 가방을 메고서 함께 먹는다며 한 손에 큰 과자봉지를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전화상으로는 사이가 좋더니 튼튼이가 자기가 가져온 거라며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기 허락하에 장난감을 꺼낼 거라며 급하게 가방을 여는 까꿍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까꿍이도 한 고집하는 아이인지라 둘은 또 티격태격 다투고 울고 불고가 시작되었다.
결국, 평화로웠던 집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넋이 나가 멍하니 서있던 내가 콩이에게 말했다.
"콩아! 우리는 낮잠이나 잘까?"
"응. 고모. 그러자. 이그. 못 말리는 얘들이야."
콩이는 울고불고하는 동생들을 향해 한마디 하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침실로 들어와 자려고 누웠다.
콩이는 금세 잠들었고, 나는 눈만 감은 채로 밖의 상황을 듣고 있었다.
여전히 두 녀석은 만만치 않은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콩이맘이 우는 까꿍이를 달래서 데리고 침실로 들어왔다.
"까꿍아, 우리 책 읽자."
"응, 책 읽을 거야. 튼튼이형이랑 안 놀 거야. 형아, 미워!"
"이거 읽을까? 무슨 이야길까?"
"흥! 다신 형아랑 안 놀아!"
까꿍이는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씩씩거렸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후 한 5분이나 지났을까?
스르르 문이 열리더니 튼튼이가 들어왔다.
"까꿍아, 형아랑 이거 가지고 놀자!"
엄마랑 책 읽던 까꿍이는 1초도 안 되어 방긋 웃으며 답했다.
"그래."
'까꿍, 그렇게 쉬운 남자는 매력 없는데.'
난 피식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좋고 싫음을 분명히 말하며 화해할 줄 아는 5살의 쿨내가 부러웠다.
며칠을 꽁해서 상처를 빌미 삼아 벌이는 어른들의 자존심 대결보다 훨씬 어른답고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