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여기에서 용기! 용기! 하고 있어

어느새 자라서 약속을 지키려고 용기를 내고 있다.

by 꼬야

조카들이 마냥 어리고, 아무 생각도, 판단도 할 줄 모른다고만 생각했다.

뽀로로 주제곡처럼 노는 게 마냥 좋은 줄만 알았다.

그래서 어른으로서 천방지축 그들을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자라서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용기를 내고 있다.




올망졸망 조카 셋, 개구진 얼굴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날 정도로 닮아 있지만 성격은 제각각이다.

그중 튼튼이는 영리하면서도 느릿한 말투에 겁이 많은 아이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천방지축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런 튼튼이가 7살이 되었다.

엄마를 떨어져 본 적이 없는 튼튼이는 콩이와 까꿍이가 그토록 자주 할아버지 댁에서 자고 가도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할머니, 7살 되면 자고 갈게요."

콩이와 놀며 자고 가고 싶은 마음이어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얼굴에 아쉬움을 가득 담고 엄마를 따라나서곤 했다.


지오리에 다시 봄이 찾아온 주말,

봄맞이 텃밭 단장을 하고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계획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지오리로 향했다.

"고모, 나 오늘 할머니랑 자고 올 거야."

튼튼이가 나에게 비밀스럽게 말을 했다.

"우와, 정말?"

"응, 엄마 없어도 잘 수 있어."

"그럼!! 울 튼튼이, 저번에 놀이기구도 용감하게 잘 탔는데, 엄마 없이 자는 것쯤이야. 잘할 수 있을 거야."

"응, 고모."

그러더니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에게 크게 똑같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 아빠에게도 다시 다짐을 하듯 말했다.

"아빠, 나 할머니랑 자고 갈 거야."

"그래."

그리고 낮 동안 냉이도 캐고 미니삽을 들고 파지 말아야 할 땅도 파고 피곤하도록 놀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어둑해졌다. 저녁이 되면 튼튼이의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겠다 싶던 나는 살짝 가서 말을 걸었다.

"튼튼아! 오늘 진짜 자고 갈 거야?"

"응!"

"자고 갈 수 있겠어?"

"응, 고모."

나는 빤히 튼튼이를 바라보았다. 튼튼이는 나를 보더니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고모, 여기에서 용기! 용기! 하고 있어."

나는 그런 튼튼이가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우와! 우리 튼튼이, 멋지다!" 하고 꼭 안아주었다.


7살이 되면 자고 갈 거라며 미뤄왔었는데 7살이 되어 보니 용기가 필요했던 튼튼이, 나름 용기를 내고 다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밤, 튼튼이는 콩이와 새벽 4시, 옆집 닭이 울 때까지 자지 않고 놀았다고 한다.

"아가들, 옆집 꼬끼오는 벌써 자고 일어나 우는데, 너희들은 아직 잠도 안 자고 어쩌니?? 빨리 자야지??" 하는 할머니의 말에 벌떡 일어나 주무시고 계신 할아버지 귀에 대고 외쳤단다.

"꼬끼오! 할아버지, 꼬끼오!!"

"꼬끼오!! 일어나세요, 할아버지!! 꼬끼오!"

맙소사.


앞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잠 못 이룰 주말이 많아질 것 같지만, 우선 튼튼이의 용기에 박수 먼저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