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장엔 ( ) 칸이 있다.

어쩌면 미련이 가득한 칸일 수도 있지만

by 꼬야

코로나 19가 올해에 이어 다가올 내년에도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갈 모양이다.

가을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문자의 확진자 알림이 여전히 울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속절없는 계절의 흐름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주말, 겨울옷을 꺼내 놓을까 싶어 옷장 문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여름 나들이 옷과 갖춰 입어야 하는 옷들이 바깥 구경을 하지 못한 채 걸려만 있었다. 마스크가 필수가 되고부터 묻어나는 것이 싫어 화장을 잘 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갖춰 입어야 하는 옷들보다는 편한 옷만 찾게 되었던 것 같다.


박스에 담아 올려놓은 겨울 옷들을 꺼내고, 여름옷들은 세탁할 것과 다시 박스로 담길 것들로 분류해 놓았다.

옷장이 크진 않지만 혼자 쓰기엔 넉넉한 사이즈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그리 많은지 공간이 새삼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유는 올해 새로 산 옷들이 많아서였다. 한 삼 년 전부터 야금야금 늘어난 체중에 두 가지 사이즈의 옷이 섞여 옷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에 넉넉했던 옷장에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KakaoTalk_20201021_151729449.jpg 내 허벅지가 저랬는데...


야금야금 찐 살은 어느새 옷 사이즈를 변화시켰다. 대학 때부터 늘 변함없던 체중이었는데 어느덧 나도 나잇살을 피할 수 없나 보다.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며 버리지 못하는 미니스커트와 안 맞는 바지들... 고스란히 옷장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살 빼면 입어야지 하며 도로 넣게 돼."

나의 말에 친구는 과거 내가 친구에게 했던 말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살 때문에 옷을 못 입게 될 줄은.)

"웬만하면 버려. 살 안 빠져!"

"(나쁜 년!) 뺄 거야!"

친구는 쉽게 빠질 살들이 아니라며 작은 사이즈의 옷들을 버릴 것을 강추했다.

아직 나잇살과의 만남이 삼 년 밖에 안된 나로서는 리즈 시절 사이즈들과의 이별이 익숙지 않았다.




친구의 말이 맞는 말이다.

작년에 안 입었던 옷은 올해도 안 입을 것이다. 과감히 버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분리했던 옷걸이를 다시 걸어 옷장에 넣었다.

'꼭 살 빼서 입을 거야.'

그리고는 옷장 문을 닫았다.


거실로 나와 소파에 덩그러니 누웠다.

언제 이렇게 살이 찐 건지, 내 나이가 벌써! 하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다시 옷장 쪽으로 갔다.


'그래, 살 빼서 입자. 다 버리고 새로 사서..."


'신박한 정리'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처럼 작은 옷들은 박스에 담았다.

그렇게 작은 박스에 담긴 옷들 중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하는 옷들은 좀 더 작은 박스에 다시 담았다. 그리고는 정갈하게 접어 옷장의 한 칸을 마련해 넣어 두었다.

그리고 그 칸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살 빠지면 입을 거야 칸'이라고.


어쩌면 미련이 가득한 칸일 수도 있지만, 나의 다이어트 의지를 보여주는 칸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