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크롱이랑 결혼 안 하길 잘했지?

내가 혼자 사는 이유

by 꼬야

내가 혼자 사는 이유.


내 나이가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 스물여덟, 아홉 이럴 때 엄마는 나에게 나도 모르는 지참금 이야길 하시며 못해도 삼사천은 마련해 두었다며 빨리 결혼하길 권하셨다. 아버지는 내일 당장이래도 사윗감 생기면 그 길로 외국 나가 로렉스 시계를 사 오겠다 하셨다. 그 당시만 해도 지참금과 로렉스 시계면 아주 큰 것들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한테는 다이아를 갖다 받치는 남잘 만나야지 무슨 소리냐고 싱거운 우스갯소리로 상황을 모면했고, 엄마한테는 '그 돈 엄마 다 가져.' 하다가 등짝 스매싱을 당하곤 했었다.


그때는 남자 친구도 있었는데도 왜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왜 그랬을까?

잠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틀에 박힌 말이지만 사랑하는, 결혼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결혼 이야길 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익숙한 내 삶에 변화를 줘가면서까지 결혼이라는 것이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같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내 삶을 흔들어 놓는다 해도 좋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스물이고 환갑이고가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철 모르는 조카들 사이에서 더 철없는 고모로 그들과 쵸코렛 가지고 다투고 손녀 먹여주는 밥숟갈 질투해 '엄마, 나도!' 하는 애물단지 딸년으로 사는 지금의 행복을 능가하는 사랑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비혼!

모 프로그램에서 양재진 님은 비혼은 상태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야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나의 지금 생활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같이 있고 싶어 지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결혼! 콜! 을 외칠 수도 있는 것.

'너! 지금은 괜찮지만, 나이 좀 더 들어 늙고 병들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하며 내 생각해주는 척 오지랖을 떠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난 속으로 말한다.

'넌? 넌 괜찮을 것 같니?'라고.

어차피, 결국, 혼자인 걸.


말이 안 통하는 뽀로로 친구, 크롱이랑 결혼할 바에는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감정들에게 충실하며 나를 사랑하며 살아보자 싶다!

크롱이랑 결혼한다 했을 때 '고모, 어쩌려고 그래?'라고 했던 콩이의 말이 훗날 '그때 크롱이랑 결혼 안 하길 잘했지?'가 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