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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Apr 23. 2021

브런치 작가1년 차

내가 내 가치를 인정하고 깨닫는 것이 먼저다.

글쓰기 주변만 맴돌았다.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심지어는 동화도 썼다. 하지만 늘 쓰다 말았다. 

'이게 내 한계인가?' 했다. 

완성되지 못한 글, 아니, 정체 모를 메모들만 쌓여 갔고, 그 쌓여가는 메모들만큼이나 내 마음도 답답해져 갔다. 그러던 찰나, 네 번의 고배를 마신 후 겨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 후 '작가? 브런치 작가가 작가면 개나 소나 다 작가냐??' 했던 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수요일마다 글을 연재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지켜나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내 브런치에는 글이 조금씩 쌓여갔고, 구독자 수도 늘어갔기 때문이다. 신기할 일은 전혀 아닌데,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올리면 쌓여가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난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브런치 작가 1년 차.

구독자 수 47, 글 62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기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뿌듯한 노력의 결실이다. 그리고 47과 62는 단순히 구독자와 글의 수가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가져다준, '이게 내 한계인가?'가 아니라, 차근차근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고마운 기록이다.


몇 해 전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온 명대사가 생각이 난다.

야구 구단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팬들조차 등을 돌리는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과 타성에 젖은 선수들 간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그 에피소드 중 단장(남궁민)과 선수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는 내용이 나온다. 단장은 구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하고, 그 선수는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선수인지 모른 채 형편없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제시한 연봉을 받아들이게 된다. 보다 못해 운용팀장(박은빈)은 단장에게 묻는다. 구단에서 중요한 선수인데 왜 낮은 연봉을 제시한 거냐고.

그때 단장은 말한다.


'자기가 모르는 자기 가치를 왜 우리가 인정해주어야 합니까?'라고.


옳은 말이다. 

본인도 모르는 본인 가치를 굳이 알려줘 가며 값을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47과 62는 내가 몰랐던 나의 가치를 숫자로 기록한 기록이며, 특히나 정체 모를 메모로 구석에 자리 잡았을 글수 62는 나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해준 숫자이다.

내가 내 가치를 인정하고 깨닫는 것이 먼저다. 


나는 브런치 작가 1년 차다.

나는 앞으로 계속 수요 연재를 이어 나갈 것이고, 1년 차 때보다 더 나은 퀄리티의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는 타인에게 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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