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놀이 중에 콩이 동생, 까꿍이랑 다퉜기 때문이다. 콩이가 보기에 다툰 것이고 낮잠을 못 잔 까꿍이의 시비에 고모가 말린 것이다. 아무튼 우리 콩이는 제 딴에는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허리춤에 양손을 짚고 서서 말했다.
“고모, 안 되겠어. 방으로 가자. 나랑 얘기 좀 해.”
“싫어. 까꿍이가 졸려서 떼쓰는 거잖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나는 억울해하며 말했다.
“어허. 얼른 따라와.” 하더니 앞장서서 들어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뭐라 그럴까 궁금해 따라 들어가 보았다.
“이 쪽으로 앉아.”
“내가 뭘 잘못했는 데에?? 하고서 일부러 아이처럼 떼를 써가며 말을 했다.
“어허. 똑바로 앉아!!!”
나는 콩이가 시키는 대로 똑바로 앉았다.
“고모! 까꿍이가 그래도 동생이니까 고모가 참아주고 달래줘야지. 그럼 돼? 안 돼?”
콩이는 부드럽게 달래듯이 말했다.
“안 돼.”
“잘못했어? 안 했어?”
“잘못했어.”
“앞으로 그렇게 할 거야?!!”
“아니, 안 할 거야.”
“옳지.. 우리 고모, 착하네. 이리 와서 안아줘.”
콩이를 안은 채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콩이 엄마가 방문 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들어왔다.
“고모, 콩이한테 혼났어요?”
나는 일어나 콩이 엄마에게 웃으며 혼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콩이 엄마가 말했다.
“내가 자기 혼내는 거 고대로 따라 했네요.”
“그럼 우리 서열이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린 한바탕 웃었지만, 한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연중에 하는 나의, 어떤 행동과 말들을, 어떻게 흡수할지...
내가 자기 혼내는 거 고대로 따라 했네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필터 없이 그대로 흡수한다.
그래서 교과적인 말이지만, 어른들은 아이들과 있을 때 특히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콩이가 고집이 세고 울음 끝이 길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아가니까.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건, 나는 콩이가 따듯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아이에게 따듯한 고모가 되어 주어야겠지.
이미 콩이는 따듯한 아이지만 말이다.
삼촌이 사는 거제도로 단출하게 부모님과 나는 콩이만 데리고 여행을 갔다.
여행 중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에 있는 모노레일을 타게 되었다. 올라갈 때는 콩이와 나무도 보고 새도 보고 즐거웠다. 하지만, 문제는 내려올 때였다. 평소 나는 놀이기구는 물론, 높은 곳에는 서 있지도 못하는 고소공포증 중기 환자쯤 된다. 그런데 일부러 상석을 양보하신 부모님 덕에 맨 앞자리에서 70도 이상 되는 비탈길을 바라보며 내려온 것이었다.
“악!!!”
소리를 지르는 나와는 달리 콩이는 마냥 싱글벙글했다.
“고모!! 괜찮아?? 눈물 나도 조금만 참아! 다 왔어.”라고 하며 연신 나를 위로하는 거다.
“콩아? 넌 안 무서워??”
“응, 난 괜찮아. 아!! 고모, 내가 손잡아 줄게. 그럼 조금만 무서울 거야.”
그래서 나는 조카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참으며 내려왔다.
그리고, 한참 동안 ‘내가 손잡아 줄게. 그럼 조금만 무서울 거야.’라고 했던 콩이의 말은 나를 따듯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