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모습만 비쳐주는 거울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인사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이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말이 증명되는 주말이었다.
콩이맘으로부터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콩이와 까꿍이를 봐달라는 요청이 왔다.
콩이 아빠는 취소가 불가능한 일정이 있었고, 콩이맘은 회사에 일이 있어 급하게 출근을 해야 한다 했다.
어차피 할머니, 아니면 고모가 답일 텐데 주말까지 할머니를 힘들게 할 수 없어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서 두 녀석들을 케어한 적이 없어 살짝 걱정은 되었다. 잘 놀다가도 투닥투닥, 투닥투닥 하다가도 둘이 합세해 악당 고모를 무찌른다는 명목 하에 누르고 때리고 온 힘을 쓰는 일이 일상인지라.
오후 2시부터라고는 하지만 아빠도 없는데 밥 먹이고 출근 준비까지 힘들어할게 뻔했다. 그래서 꼬마김밥을 사들고 서둘러 갔다. 꺄르륵 꺄르륵 웃으며 병아리 새끼들 마냥 김밥을 받아먹다가도 투닥투닥.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냥 빨리 할머니를 부르는 게 답일까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모, 지들끼리 놀리고 고몬 좀 쉬고 있어요.”
“그게 가능할까? 콩이맘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모! 고모는 잘할 수 있어요. 고모 파이팅!”
드디어 콩이맘은 파이팅이라는 말만 남기고 현관문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이제 엄마가 나간 거실에는 동그란 눈을 반달처럼 하고서 웃어 보이는 콩이와 개구짐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을 한 까꿍이, 그리고 썩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고모만이 남았다.
‘세 시간, 넉넉잡아 네 시간만 버티리라.’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런데
두 녀석은 너무도 괜찮았다.
나의 걱정을 알아챈 것처럼, 그들은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도 잘 놀아주었다.
“고모, 고모는 여기 앉아 있어. 우리가 블록으로 케이크 만들어 줄게.”
“그래? 그럼 고모 케이크랑 같이 마실 커피 한잔 타 오면 안 될까??”
나는 그들의 배려로 커피를 마실 시간도 주어지고, 심지어는 메모들을 체크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노는 시간을 이용해 콩이의 습자지에 짤막한 글을 쓸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글에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까꿍이와 잘 놀던 콩이가 벌떡 일어나 내 곁으로 왔다.
“고모, 뭐해? 고모 공부해?”
“응. 콩이 왜? 고모랑 놀까?”
“아니, 잠깐만!”
그러고는 책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글자공부책과 연필을 들고 나와 맞은편에 앉아 책을 펼쳤다.
“콩이 뭐하려고??”
“응, 나도 고모처럼 공부하려고.”
개발새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모가 글씨 쓰기를 멈추고 멍하니 있으면 어김없이 잔소리쟁이 콩이는 말했다.
“고모! 왜 글자 공부 안 해? 빨리 해야지.”
“응. 콩아, 고모는 콩이가 재밌게 읽는 동화책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야 해서 생각하면서 글씨를 써야 해. 그래서 지금 잠깐 생각한 거야?”
“어? 이야기를 만든다고???”
콩이는 토끼눈을 하며 물었다.
“응, 생각을 곰곰이 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거야.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는 거고.”
“그럼. 고모도 작가야?”
“아니. 고모는 아직 작가는 아니야.. 작가가 되고 싶어서 공부하는 거야.”
나의 설명에 콩이는 고개를 끄떡이더니 말했다.
“응. 그렇구나. 고모는 나한테도 재밌는 이야기 잘해주니까 꼭 작가가 될 수 있어.”
“정말? 콩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고모. 고모는 할 수 있어! 파이팅!”
콩이가 글 쓰는 나의 모습에 자신의 글자 공부책을 가지고 나온 것처럼,
콩이가 엄마가 고모에게 남기고 간 말을 따라 하며 ‘고모는 할 수 있어. 파이팅!’를 외치는 것처럼,
콩이에게 좋은 모습만 비쳐주는 거울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이가 훗날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 앞에 섰을 때, 당당하고 스스로에게 자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