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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Oct 21. 2021

"재밌다. 이제 가자."

6살 조카의 멋짐에 마흔넷의 고모는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다.

주말에 콩이네와 주말 나들이를 갔다.

루지도 타고 바이킹도 탔다.

양 떼 공연도 보고 하늘과 구름, 바람도 보았다.


하지만 그 나들이에서 본 것 중 가장 최고는 까꿍이의 '열심히 최선을 끝까지'였다.


늑대가 양떼들을 몰고 다니며 퍼포먼스를 하는 양 떼 공연이 끝나자 아이들은 그 옆 작은 서바이벌 코스처럼 꾸며진 놀이터로 달려가버렸다. 삼각 철봉 네 개가 달려 있는 곳을 하나하나 매달려 이동 후 평행대를 건너고 그물망을 오르고 등등을 거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로 되어 있는 여러 개의 놀이 기구가 하나의 코스로 되어 있는 1코스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들어왔다 지들끼리 재미있었다. 부모들의 피곤함을 모른 채.

우리 집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까꿍이는 거기에서 놀기에는 아직 아가임에도 자기보다 키 큰 형아들 사이를 오가며 신이 났다. 그러다 첫 코스인 삼각 철봉에 꽂혀 손을 뻗기 시작했다.

"까꿍아, 고모가 볼 때 이건 까꿍이가 조금 더 키가 커야 가능할 것 같은데, 팔 힘도 없고."

내 만류에도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를 성공시키고 두 번째로 건너가며 떨어지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그렇게 무한 반복을 하더니 하나, 두울, 셋을 성공시키고 넷을 완주해냈다.

그러더니 그는 씨익 웃고 평행대를 통과 그물망을 오르고 미끄럼틀 통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말했다.

"재밌다. 이제 가자."



나는 그 순간 6살 조카지만 까꿍이가 멋져 보였다.

그는 완주의 기쁨을 알고 있었고, 성공 후 돌아설 줄 아는 시크함까지 보였다.




나의 장점은 뭐든지 하려는 것이 생기면 열심히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의 단점은 그 '열심히 최선을'을 오래 끝까지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막바지 숨이 차오를 때 그 숨을 참지 못하고 멈춘다. 그 마지막 숨을 참고, 한 발짝만 내딛으면 결과치를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그 한 발짝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참 어리석다.

그래서 난 아직도 이 나이가 되어서도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며 결과물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6살 조카의 멋짐에 마흔넷의 고모는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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