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린, 이어지지 않는, 적어가는,

오랜 기간 발버둥치며 존재해나가야 비로소

by 김민중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개선을 위해 힘쓰지 않는 것은 나태보다는, 자해에 가깝지 않을까?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요즘의 나는 자해하는 환자에 가까운 듯 하다. 사실, 나태도 게으름도 자해도, 그 어떤 단어도 현재를 퍽 잘 설명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노력과 성실은 찬란한 왕관이자 피를 맺는 가시면류관이다. 재능은 그 힘과 빛이 다해도 존재했음에 찬사를 보내지만, 노력과 성실은 오랜 기간 발버둥치며 존재해나가야 비로소 토닥임에 가까운 박수라도 받을 수 있다.


번아웃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타인에게 진심을 다해 웃음을 띄운 적도 없으면서 자신이 웃음을 팔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자아비대화와 자기합리화가 역겹게 얽힌 말처럼 느껴지기에 그렇다.


언제쯤 번아웃이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쓸 수 있을까. 큰 불에 휩싸여보지도 못한 채, 난 아직 작은 불씨에 발버둥조차 제대로 차내지 못한다.

작가의 이전글비슷하고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