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약을 씹어먹으며 휘적거린

글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늘 부끄럽고 민망하다

by 김민중

비누로 손을 닦듯 뽀득하는 소리가 날 만큼 이가 갈리고, 눈물을 하수도처럼 내뱉으며 금방이라도 눈꺼풀을 찢고 쏟아질 것처럼 느껴지는 눈의 통증은 두통이 찾아올 때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같이, 꼭 같이 찾아왔다.

예배당에 들어선 신도가 기도하듯, 자연스럽게 관자놀이에 손을 짚으며 문득 돌이켜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 곁을 가장 오래 지킨 건 동생들과 두통이다. 두통은 덜해지지도, 더해지지도 않았으니 어쩌면 나와의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는 훌륭한 지인과도 같은가? 쓸데없는 생각에 두통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고 있는 나를 보며, 나는 한번 더 나를 혐오한다.


자기혐오는 너무 꾸며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난, 못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가장 닮기 싫고 가장 멀리하고 싶은 것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건 한여름에 가스레인지를 가까이하는 것만 같다.


내게 미래는, 두통을 참아냈다는 뜻의 'X' 표시가 더 늘어난, 비슷한 일상의 연속이지 않을까. 덧없고 의미 없다는 생각이 점점 고개를 자주 내민다. 냉소적이고 싶지 않지만, 속을 데우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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