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슴츠레, 연기처럼
얼굴에 벌레가 설설거린다. 인중에 악취가 나는 걸까 싶어 검지손가락을 들이밀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곳엔 없다. 그리고 손을 떼면 다시 기어오른다. 힘껏. 묘하게 구역감과 신경질을 연기처럼 오고 가는 이 벌레는
내 몸이 품어낸 것인지, 타인에게서 옮겨온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아, 사실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질 수도, 죽일 수도, 대화를 할 수도 없는 이 벌레는 누가 양분이라도 주듯 게슴츠레 자라난다. 자라나고 멈추고, 자라나고 멈추고.
다시 난, 벌레인지 악취인지 몰라 연신 코만 부여잡는다. 코뼈가 휠까 하는 사뭇 귀여운 걱정은 생각의 비중에서 점차 옅어진다. 옅어지고 치워낸다. 난 벌레와 악취로 생각이 가득 메워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