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린 것도 없는데 기침이 나왔다

멀어지려고 한다. 아니, 어쩌면

by 김민중

설거지를 하며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를 틀어놓다가, 좋은 글은 내가 아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적는 게 아니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잘 알지 못하는데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하니, 걸린 것도 없는데 기침이 나왔다. 나도 타인도 정말 어렵다. 초점이 조금 멀어진 눈으로 설거지를 잇다가 좋은 글에 대한 욕심을 세제와 같이 흘려보냈다.


운동 시간을 늘렸다. 오전에 유산소를 목적으로 사이클 머신 또는 스텝밀 머신(천국의 계단) 1시간, 오후에는 웨이트를 1시간. 비선택적으로도, 선택적으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낸 탓에 '그렇다면 운동 시간이라도 늘려야지'라는 생각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름의 식단도 해보고 있다. 운동하면서 가장 겉멋이 많이 생긴다는 2~3년 차에 현미밥 2그릇, 닭가슴살 2덩이라는 극단적인 식단을 하며 체지방 8%를 유지하다가 3개월 만에 밥상에서 헛구역질을 하고는 단백질과 당을 조금 신경 쓰는 정도로 식단을 멀리했었는데, 지금은 탄수화물은 절반 정도로 줄이고 단백질은 약 160g을 섭취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말까지 할 자신은 없어서 먹고 싶었던 라면을 실컷 먹곤 했다. 파김치가 넉넉했다면 번들 단위로 먹었을 것 같다.


운동을 하면 잡생각이 없어져 좋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운동에 돌입하면 먹구름 같이 보기 싫은 색깔로 가득 찬 머릿속이 조금은 하얗게 환해지지만, 되려 구석에서 어슴푸레 형태를 유지하던 생각이 심장박동을 닮아가는 것처럼 격해지는 호흡에 따라 외면할 수도 없게 또렷해진다. 그렇다고 한눈을 팔다 다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눈은 이래저래 휘적거리는 내 운동 자세를, 초점은 또렷해지는 생각을 좇게 둔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내 강박은 운동 중에도 밉게 뛰논다.


멀어지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이미 멀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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