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고 갈라지고 흩어진다
시력이 좋지 못해, 어릴 때에는 불편을 입에도 생각에도 담아냈다. 오해를 받기도 쉬웠다. 눈을 마주쳤는데 인사를 안 했다던가, 초점을 잡기 위해 찡그린 눈이 불쾌하게 비쳤다던가, 그런 오해들. 안경이나 렌즈를 쓰면 될 일이지만, 나이보다 출생연도가 익숙해진 이런 때에는 희뿌옇게 보이는 맨눈이 더 편하다.
안 보이는 건 없다. 다만, 벗어나고 갈라지고 흩어진다. 거리가 제법 있는 것을 보아내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벗어나고 갈라지고 흩어지는 초점을 강하게 붙잡으며 잔뜩 찡그리거나 그것을 미리 인식하는 것. 물론, 두 가지 방법을 들은 의사는 눈이 더 나빠지는 지름길이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눈마저도 삶의 방식을 닮아갈까. 우악스럽게 욱여내거나, 음흉하게 앞서 경험해 보는 것이 아니면 내겐 너무 좇는 것이 버겁다.
시력이 좋지 못하다고 불만을 담아내던 때는 달력과 같이 넘겨냈고, 이제는 시력이 좋지 못해 아주 가까이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다는 핑계가 생겼다. 눈길과 호흡이 같이 도착하는 거리. 그 거리엔 거짓 같은 것이 틈탈 곳 없이 느껴졌다.